본문 바로가기

배형준
- 제주대학교 원예학, 교육학 전공
- 1993년 도일
- 일본 치바대학 원예학부 대학원 연구생 수료
- 2006년 도미
- 다수의 한식세계화에 대해서 컬럼
- 현 레스토랑 컨설팅 업무
- 현 야생화 꽃 시인

깍두기를 담그며

배형준2018.02.12 14:24조회 수 98댓글 4

    • 글자 크기

깍두기를 담그며



 

                                                                     배형준



푸른 빛을 안고 찾아온 너를 
눈물 흘려도 먹고 살기 위해 자른다

절규하는 소리
머리 잘린 분신을 육신에서 영혼까지 씻고
하관 준비를 마친다

어느 누구든 청운의 꿈을 품고
바르게 살아보려고 하지 않았겠느냐만
벌레 먹고
돌부리에 걸려 허리 다친 것
양다리 걸친 놈
바르지 못한 인생을 조각내어 본다

모든 사물은 타고난 운명이 있듯

가로세로 위아래로 계획은 세워보지만

바둑판처럼 재단되지 않는 것이

인간들의 세상살이

 
수입이 정해진 월급쟁이로는
늘 부족한 것이 물질이여서 절이고 뿌려도
만족하지 못한 삶이고
때로는 잘못이 없어도 사과도 해야 하고
눈 먼 돈을 투자해서 배로 불려보지만

노력한 만큼 맛나는 세상이 아닐 때가 많다

팔십 년대 매일 마시고 살았던
고춧가루의 매운 맛도 느끼고
썩어 문드러진 젓갈 같은 세상도 경험해야
한 인생 잘 살아갈 수 있고
함께 어우러져 흘러가다 보면
맛깔스런 세상도 보고 인생도 꽃 피는 것

오늘도 굴곡진 세상을 살다간 
한 영혼을 달래며
관을 덮고 자연 속에 묻어 본다


 
    • 글자 크기
장다리꽃 별꽃

댓글 달기

댓글 4
  • 개인적으로 생활밀착형 글을 선호하는 편이라

    이 글이 참 와 닿네요.


    "고춧가루 매운 맛"이랑

    "썩어 문들어진 젓갈"에 버무려진 깍두기의 일생에

    우리 삶을 대입시켜도 무리가 없네요.


    물론 '더' 와 '덜'의 개인차는 있겠지만...


    여기 저기서

    형준씨의 개인사가 살짝 엿보이는 듯해

    더욱 가까이 느껴지네요.

    즐감!!!


    *어제 만찬 후,

     한조각 케익이 입안에서 참 좋았습니다.

    제 생일은 8월인데, 신경쓰지 마세요. ㅎㅎㅎ

  • keyjohn님께
    배형준글쓴이
    2018.2.13 03:11 댓글추천 0비추천 0

    깍두기의 재료가 다 들어 있습니다.

    고춧가루 사과 배 젓갈...  <<<  최루가스 ~사과하고 ~를 배로 하고 숙성된 인생의 맛... 


    신경을 안 쓰도록 하겠습니다.ㅎ

    감사합니다. ^*^



  • 생각해 보면 우리 인간처럼 잡식 동물도 없는 듯하네요. 자연 생태계를 맘대로 넘나들며 닥치는 데로 먹어 삼키네요. 깍두기 하관식에 눈물 많이 쏟았겠어요. 공감입니다.

  • 이경화님께
    배형준글쓴이
    2018.2.13 03:20 댓글추천 0비추천 0

    원래 제가 식성이 좋습니다. ㅎ

    순 고춧가루 탓이지요.  ㅋㅋㅋ

    어릴적에 시골에서 자라서 겨울 김장김치를 땅속에 묻었던 추억으로 써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9 풍란의 향기2 2018.07.31 53
28 함께 하는 세상2 2018.04.03 145
27 가시연꽃이 피기까지 2018.03.12 52
26 철 늦은 나비 2018.03.12 32
25 풍년화 2018.02.28 84
24 새우난초2 2018.02.28 40
23 장다리꽃3 2018.02.20 112
깍두기를 담그며4 2018.02.12 98
21 별꽃 2018.02.12 59
20 순결나무꽃3 2018.02.05 73
19 각시붓꽃 2018.02.04 32
18 노루귀꽃 2018.02.04 1358
17 광대나물꽃3 2018.02.04 65
16 복수초1 2018.02.04 39
15 두릅나무에게서4 2018.02.03 781
14 수선화 같은 누님3 2018.01.28 63
13 양파를 벗기며2 2018.01.26 49
12 길 떠나는 그대에게4 2018.01.26 50
11 지네발란4 2018.01.23 49
10 접시꽃 사랑10 2018.01.23 32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