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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송년 소고

keyjohn2019.12.09 09:16조회 수 86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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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울 때는 '신만고강산' 장민 버젼을 듣는다.
잠자리 날개같은 삼베옷을 걸치고 삼신산을 지나 단발령을 넘어 낙산사 근처 구름위를 덩실거리는 

상상을 하며 들뜬 기분을 만끽한다.
  마음이 무거울 때는 The Danish national symphony ochestra의 'God farther'를 듣는다.
트럼펫솔로 시그날이 두 엄지발가락으로 온몸을 세우는 듯한 긴장감을 주며, 간단없이 이어지는 

만돌린솔로에는 시실리 섬이 눈앞에 펼쳐지고 알파치노분 마이클과 섬처녀 애인이 보디가드를 

뒷세우고 걷는 장면도 오버랩된다.
연주가 절정에 도달할 즈음엔 그들사이 에서 심벌즈를 힘껏 내리치며 시름을 털어내는 나를 본다.


  물이 가득한 장화를 신고 밤길을 걷는 심정으로 세상에서 멀어지던 때가 벌써 1년전이다.

내우외환은 잔인한 커플이 되어 나를 붙들고 늘어졋다.
할미를 잃은 서희의 심정이었던거 같기도 하고, 열차밖으로 보이는 라라를 부르지 못하고 가슴을 쥐어 

뜯으며 쓰러지는 유리 지바고의 심정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신만고강산'도 'God father'도 하릴없는 것이 되었고, 눈뜨면 가야하는 일터도 함께 먹고 자야하는 

가족도 가혹한 운명처럼 느껴졌다.


  유심하게 때론 무심하게 세월은 흘렀다.

세월은 예외없이 내 상처 네 상처를 버무려 무위의 작품을 뽑는 매직을 부렸다.

배우자를 보내고도, 자식을 앞세우고도, 그림자같은 강아지와 생이별하고도 다시 두발뻗고 침대에 눕질 않는가.

 

  대공황과 2차세계대전을 견디어 낸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옳았다.
"삶의 밧줄에서 자꾸 미끄러진다면, 매듭을 만들어 붙잡고 매달려라"라는 일갈에 내가 동의했으므로...


  2019 문학회 송년모임에서 작은 매듭을 만들고 왔다.
  나의 매듭만들기에 동참한 묵묵한 문우들의 존재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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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곽재구) 겨울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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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오 ~마이갓 누구세요?

    사업상 빠질수 없는 모임이라 

    문학회.참석을 못했는데 

    임선생님 ~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코믹하신 입담으로 배꼽을 잡게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올 한해도 며칠 남지 않았내요 

    모든 계획 하시던 일 마무리 잘 하시고 새로운 계획과 소망을 안고 새해엔 홧팅 핫팅 외치면서 ....

    꼭 뵙기를 소망 합니다 

  • 정희숙님께
    keyjohn글쓴이
    2019.12.10 10:10 댓글추천 0비추천 0

    일전에 피붙이 없이 홀로 지내는 왕년의 스타 문주란씨가 티비에 나와 근황을 전하는데, 희숙 선배님이 떠 올랐습니다.

    이유를 말하는 건 사족이겠지요?


    환영해주셔서 감사드리고,

    1월에 뵈면 장미다발로 거칠어진 손을 잡고 반가운 마음을 전하겠습니다.  

  • 임기정 시인님의 송년 소고를 접하니

    수 많은 해를 심드렁하게 보냈 듯 

    서둘러 마무리 짓는 미숙한 올 해가 어쩐지 더 부끄러워 집니다


    탁주 한사발에 침튀기는 열정으로

    인생과 문학, 

    예술과 각자의 개똥철학을 나누는 듯한 기분도 오랫만에 느껴지네요

     


    앞으로도 시인님이 나누시는 글들이 

    여러장르의 예술을 섭렵한 감상이라 생각하니 기대가 많이 됩니다 

  • 강이슬님께
    keyjohn글쓴이
    2019.12.10 19:07 댓글추천 0비추천 0

    맹물같은 날들에 대한 권태로 지겨워하다가,

    많은 일들을 겪으며 '맹물같은 날'들이 얼마나 찬란하고 행복했던가를 비로소 알았습니다.

    아둔한 존재라 다시 또 삶의 권태에 지쳐가겠지요.


    늦었지만 님의 대상 수상과 함께 화려한 문학회 입성을 축하합니다.

  •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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