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말희
- 충남 아산 출생
- 1986년 도미
- 제3회 애틀랜타문학상 대상 수상

빈 계절을 지나며

2020.01.26 11:40

강이슬 조회 수:56

빈 계절을 지나며 ~ 강말희

 

세상으로 향한  문이

모두 닫힌 것 같은 날

어슴푸레 열리는 새벽에는

오늘의 풍경이 낯설다

 

희뿌연 공백은 짙게 내리고

빈 가지로 손내미는

숲에 다가가 서면

밑둥지를 덮은

헤진 낙엽의 온기를 느낀다

 

겨울 화폭을 받친 나목이

홀연히 여백을 만들어

그 사이 잿빛 하늘을 걸치고

사각이는 겨울 아침에

진한 안개가 늦도록 누워 있다

 

찬 햇볕이 걷어갈 안개속에

또 하루가 몸을 일으켜

눈처럼 흩날릴 하얀 그리움으로

빈 계절 속을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