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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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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잃은 꽃

2020.02.06 14:44

이경화 조회 수:31


 호박꽃도 꽃이냐고 야유하는 사람에게 할미꽃도 꽃이라고 응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꽃을 보기 전에 사물을 먼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솔한 인간들의 추태라 생각한다. 호박은 아름답지는 않지만, 호박꽃이 피지 않고서는 호박이 탄생할 없다. 애호박을 달고 있는 호박꽃의 아름다움을 없는 인간이라면 꽃을 논할 자격이 없다.


꽃의 형상을 보면 아름다움과 기쁨, 위로, 안정감, 생명감, 신비스러운 빛깔의 조화, 꽃망울이 터지며 완전한 꽃이 되는 변화와 움직임 다양한 감정과 감상을 있다.  내가 꽃에 연연해하는 이유는 꽃향기에 있다.  향기는 꽃의 강인한 내적 생명력이라고 생각한다. 망울이 맺히고 자라서 꽃이 되기 전까지는 향기가 없다. 마치 여자아이가 생리가 시작되면서  젖망울이 생기고 자라서 풍만한 유방으로 아기에게 젖을 주는 어머니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래서 꽃의 형상을 여성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고 나름대로 생각한다.


슬프거나 우울한 날은 꽃가게를 찾아가는 습관이 있었다. 지금은 지역 이름도 가물가물한 강남의 고속버스터미널 앞이었는지, 도매상가를 배회하며  늘어진 몸과 마음을 추슬렀었다. 입구에서부터 눈을 감고도   거리있는  꽃향기로 어떤 꽃인지 있고 빛깔과 모양, 생김새도 연상할 있고 계절도 인식할 있었다. 꽃말의 의미를 생각하고 꽃과 연관된 선인들의 삶의 이야기도 유추할 있었다.


무드가 없는 남편을 만나 발렌타인데이에 꽃을 선물 받지 못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라고 한탄하며 누구든지 꽃다발 주는 사람이 있으면 쫒아가리라 앙심을 품은 적도 있었다.  영화나 텔레비전에서도 선물을 받는 여자가 제일 부러웠다. 그러나 요즘은 가슴을 덮고도 남을 풍성한 꽃다발을 받고도 기쁘지 않다. 향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몇십 한국의 꽃가게에서 맡았던 향기가 전혀 나지 않는다.   송이만 꽂아 놓아도 안이 향기로 가득하던 냄새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누가 꽃향기를 어디로 가져갔을까?


요즘 꽃은 모습만 남아있고 실체가 없는 무취, 무의미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꽃집에는 대형 냉장고에 꽃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고 그것도 부족해서 동안 시들지 않는 꽃을 만들어 프리저브드 플라우어라고 명명하며 일명 천년 화라고 떠들고  있다. 순간 나는 냉동인간이 대비되며 소름이 돋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잔인함과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고 있는 뻔뻔함에 놀라울  뿐이다.  어디서 꽃향기를 찾아야 할까?


우리 주변에는 향수는 물론이고  방향제, 세탁세제, 식기 세제, 목욕용품, 쓰레기봉투까지도 꽃향기를 사용하고 있다. 정작 꽃에 있어야 꽃향기가  인간의 상술에  의해  증류되고 추출되어 일상 소모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것도 모라자 몸에 해로운 화학품을 섞어서 가짜 꽃향기를 만들고 있다. 향을 뿌리고 다니는 사람은 잠시나마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향기가 사라진 후의 사람의 실체는 어떤 향일까 하고 의구심이 든다.  내면의 향은 더욱 궁금하다.  언제 다시 순수한 꽃향기를 되찾을 있을까?


이기적 이용과 남용, 변용으로 꽃을 파계하지 말고 자연의 이치대로 꽃을 해방해줘야 한다. 냉장고에 가두지말고  쩌내고 말려서 향기만 뽑아내지 말고 자연의 순환대로 사계절의 부분이라도 꽃을 접한다면 행복하다고 만족할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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