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말희 - 충남 아산 출생 - 1986년 도미 - 제3회 애틀랜타문학상 대상 수상 |
고요속을 지나는 삶
2020.02.10 22:22
고요속을 지나는 삶 ~ 강말희
그대는 고요속에 홀로 왔으며
긴 적막속을 지나갈 것입니다
고독의 잔을 예비하십시오
삶이 쓰고 단 포도주로 채워지거든
두 손으로 그대의 잔을 감싸 쥐십시오
바위와 같이 찬 고독이
그대의 가슴에 웅크리고 있다해도
잔잔한 물결 속에 품으십시오
외로움이 분수처럼 솟는다 해도
수면처럼 가만히 떠 있으십시오
그대의 환희가 바닥을 드러내어
영혼이 빈 항아리처럼 어두울지라도
쉼 없이 생명을 길어 부으십시오
그리고 또 하루의 잔칫상에서
기쁨의 잔도 슬픔의 잔도 기꺼이 드십시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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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john
2020.02.1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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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슬
2020.02.11 11:06
임기정 시인님
평론가로 전환하셔도 무방할 듯합니다
왜소한 단상을 이리도 화려하게 파헤져 주시다니
역~쉬!
찰나와 순간의 저림은
수정 내지는 삭제라는 불운에 처하시면 안됩니다
두고 보면서 다른 후회나 감상을 울켜내야지요 ㅋㅋ
주변의 무게가 바위같은 오늘
그 무게의 크랙된 사이로 어렴풋한 빛이 이네요
문학과 동감이라는 언어로....
-
이설윤
2020.02.10 23:43
"고요속을 지나는 삶" 을 읽으며 문득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생각났습니다.
존재의 근원을 찾지 못하고 세상에 던져진 뫼르소처럼
어느날 불쑥 문학회에 들어간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서요
외로움의 수면위로 유도하는 시인님의 글을 쫓아가다 보니 그런게 아닐까요?
다만 내 존재의 떨림의 파장이 조용히 퍼져나가 누군가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다면
기꺼이 슬픔의 잔도 들겠습니다
글과 잘 어울릴 것 같은 드뷔시의 "달빛"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천천히 읽고 싶네요..
어쩌면 나도 임시인님처럼 수정해야 될것 같은 예감입니다.
-
강이슬
2020.02.11 11:16
알제리 해변에서 외친 외마디
'모두가 태양 탓이다!'
뫼르소의 속죄에 대한 거부. '
시지프스의 신화로
실존적 고뇌를 재생하며...
젊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드뷔시의 '달빛'
그 출렁임 속으로 설윤시인님과
들아갈 수 있다면...
저차원의 우리에 대화.
임기정 시인님이나 동감해 주실라나 하네요 ㅋㅋ
예술과 동행하는 날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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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 '존재'에 대한 예언을 봅니다.
삶의 주 텍스트는 고독임을 아는 당신 곁에 바람이 보입니다.
2막, '존재'하는 것들의 당위성을 봅니다.
몸부림치는 고독조차 품고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3막, 심지어 환희의 승전보조차 만끽할 수 없는 근원적인 염세주의자 .
심지어 '기쁨의 잔'을 든 당신 손끝의 떨림이
'슬픔의 잔'의 다른이름으로 이해하는 나의 오해를 용서하기를...
실용적인 견지에서 보면 '삶은 처분해야 할 조악한 물건'이라더군요.
90퍼센트의 불쾌와 10퍼센트의 쾌로 채워진 끔찍한 삶이란 덩어리.
'견디고 견디면 견뎌지리라 '
'고요속을 지나는 삶'이 읽는 이를 '고요'에서 멀리 데려와 버렸네요.
*추신
몇번 더 읽고 나면 이 댓글이 수정될 것 같은 예감 엄습!!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