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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

keyjohn2020.06.08 17:09조회 수 4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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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솜사탕 머리에 얹고 두둥실 흐르고,
녹색 모자 난쟁이들  숨바꼭질하는 나무를 잡고
바람이 산들 왈츠를 추는 
여름날.

개구리 점프로 꽃잎에 입맞춤 하자,
꽃은 잎을 모아 수줍게 얼굴을 가리고, 
청솔모 제 꼬리짓에 놀라 멈칫하는 
또 여름 날.

사랑은 구름처럼 멀고
또 사랑은 나무를  스치고 사라지는 바람인 것을

한번도 버섯의 손길을 받지 못한 
백년의 이끼이며,
갈대와 진흙모아 둥지를 만들고도
짝을 찾지 못한 들새다.

아직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


*글쓴이 노트

푸르른 나이에 방언을 하고도,
서정주의 '선운사'로 도솔암에서 열반을 꿈꾸었고,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으로 성모를 흠모한 죄로
조물주는 이순의 문턱에 선 나에게 벌을 주는 모양.
사랑의 정의 하나 내리지 못하고
하염없는 갈증으로 이리 고문당하는 걸 보면.

신화나 전설이 되어 버린 사랑타령하는 것이 
죄스러운 요즈음이다.
그런데 모임 홈피에 글 올리는 것이 더 죄스러운 것은
내 소심함 탓 때문은 아니라고 우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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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의 이름으로 불행한 시절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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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이순을 둔 나이에 이런 서정을 갖고 있어 부럽군요.

    고문 당하더라도 좋으니 이런 느낌 속에 빠져 보고 싶은.....

    아직 살아있네요.

    1연에 첫 문장을 앞 뒤 바꾸고 조사만 더 들어가면 어떨까요?

    4연에 '나는' (5연에' 나를' 이 나오기 때문에) 만 때면 

    은유가 돋보이고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문장입니다.

    즐감하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 강화식님께
    keyjohn글쓴이
    2020.6.11 16:05 댓글추천 0비추천 0

    시간의 홍수에 익사당할까

    허위감정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잠깐 설레이기도

    두근거림도 있었답니다. ㅎㅎ

    '상상임신'으로도 입덧하는 것처럼..


    섬세한  문학적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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