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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 수필가 - LPGA Alumni 티칭프로 |
테스 형
2020.12.15 01:18
너 자신을 알라는 형의 말을 새겨듣지 못했는데
인제야 세상이 왜 이럴까 느끼고 있어
코로나가 지구의 주인이 되었어
바이러스에 인간이 위축되고 생사를 두려워해
마스크가 생필품이 될 줄
형은 알았는지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남북으로 갈라진 한 많은 민족이
남한도 두 갈래로 나뉘어 열병을 앓고 있어
갈래갈래 찢어진 우리의 모습이 보여
구차한 삶보다 죽음으로 태어나는 사람들
형은 이해하겠지
테스 형 요즘 세상이 이래
뜬 장에서 자란 말티즈가 인간을 차별해
대접 잘 해주는 대로 사람의 순위를 매겨
관심을 끌려고 내가 말티즈에게 재롱을 부리지
반려동물이 천오백만 시대라지
개도 투표권 줘야지
테스 형
형 닮은 오빠가 내 옆에 있어
은퇴 연금으로 사들이는 것은
맥주, 사슴과 고양이 그리고 새들의 먹이야
생활 걱정은 없이 철학만 논하지
인간은 지구 안에서 한 식구로 사랑만 있으면 된다나
왜 형의 아내가 악처였는지
이제야 알았어
고마워 형
나 자신을 알아가고 있어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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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을 같이 살면서도 남편이 철학자인지 몰랐어요. 아는 언니가 제 하소연을 듣더니 소크라테스니까 그리 알고 살아라 하기에 알았어요 ㅎㅎㅎㅎ 나훈아의 테스 형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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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을 재미있게 웃으면서 읽었어요.
덕분에 시 한편 나왔으니 남편이 철학이 되었네요.
남편이 시가되는 저 처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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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을 읽지 못하는 남편 덕분에 신나게 후려치고 있어요. 간접적으로 딸이 엄마가 아빠 이야기, 아주 좋은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쓰면 안된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그래요? 쓰는 사람 맘이지요. 쓰고 나면 속이 시원해요. 그래서 글을 쓰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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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태(코로나 같은)와 사적인 영역(철학적인 가족)을 조화롭게 연계한 기술이 눈에 띠네요.
그런 남편을 핑계로 악처인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솜씨도 일품이네요.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