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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 수필가 - LPGA Alumni 티칭프로 |
면도 사
2020.12.24 17:35
십 대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며
남자만 왜 면도를 하지
이십 대
이성에 눈을 뜨지 못해
면도를 하지 않았다
삼십 대
지방에서 동경으로 유학 온 일본 여대생
거울을 보며 얼굴면도를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유독 뽀얀 얼굴이 그 때문이었을까
사십 대
친구가 말하는 입 주위의 잔털
뽑다가 번거로워 면도했다
오십 대
짐에 가서 운동하자니
굵고 검은 겨드랑이털이 거스른다
그래 밀자 다리털도 함께
육십 대
눈썹에 흰머리가 나타났다
타인의 흰 눈썹은 무덤덤했는데
무언가 잃어버린 상실감이 몰려온다
한둘 뽑다가 밀어내고 염색을 한다
그날이 왔다
남편이 묻는다 “왜 밀었어?”
‘여기도 흰 머리가 나지 뭐야’
돌덩이를 껴안은 듯 주저앉고 말았다
이십 대 못해본 브라질리언 왁싱이라도 해 볼까나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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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요. 털 뽑고 빨갛게 부어올랐던 그 아픔이 지금은 그리움이네요. 이제는 면도 할 곳도 면도해야 하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죠. 성장호르몬도 나이와 비례함을 체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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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로 돌아가고 싶나요?
늙어 가면서 바뀌는 신호들과 대결하며
버티지만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세월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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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쯤이겠죠. 연애다운 연애를 해보고 싶어요. 이성과 진실 게임을 해보고 싶어요. 결혼을 위해라든지 필요에 의해서 찾는 남자 친구가 아닌 깊숙한 내면의 둘 관계, 아무래도 육체도 왕성하고 사고도 순수한 이십 대가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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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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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은 아직 후원사가 없으므로 승자임을 인증하는 저의 답글로 대신함을 용서하소서. 이렇게 교감하는 일도 아주 재밌네요. 선생님 덕분입니다. 다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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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적으오 전개된 여자의 일생이, 약간은 희화화되어부담이 적어 좋네요.
누군기 글을 올리고
다른이들이 몇자 평을 올리고...
소박하지만 귀한 모습이라 더욱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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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입니다.그래서 저는 꼭 답글을 달아요. 어떤 내용이든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의 수고와 관심에 감사하니까요
특히 기정샘의 댓글은 때로는 한 편의 시가 됨직한 분량을 보고 내심 감동한 적도 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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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예쁜 얼굴로 학교에서도 얼짱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준급 미인이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녀를 가까이 바라보다 코 밑이 거무스름해 콧수염 났다고 무심코 말 했던적이 있었는데, 다음에 그녀를 만났는데, 코 밑이 빨게져 있어 물어 보니 내 말을 듣고 상처 받아 쪽집게로 잔털들을 다 뽑았다며 눈물을 글썽이던 친구가 생각나네요.
덕분에 항상 말조심하게 되었지만, 그 친구에게 미안했던 그 시절, 철은 없었어도 다시 돌아갔으면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