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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혼자에 대하여

keyjohn2021.04.07 17:58조회 수 61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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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화기애애의 성을 쌓고 걷는 자들의 

뒤에서 그들을 앞지를 수 없었다.

그들의 시종이 되어 

작은 걸음을 옮기던 혼자를 기억한다.


혼자 서 있던  버스안,

무심한 사람들 사이에서

수형자처럼 부끄러운 손에 다른 손수갑을 채우고,

누군가의 무릎위 시집 한권에 서둘러 시선을 가두고

안도했던 혼자도 기억한다.


이제는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오래된 기도같은 혼자,

그 기도를 제복처럼 걸치고 사는 수사처럼

도리가 없어 보인다.

혼자라는 성체를 지키며 사는 수 밖에.




*글쓴이 노트

어쩌면 혼자는 평생 앓아야 하는 난치병일게다.

존재가 존재를 앓는 것을 탓해 무엇하랴.

푸른이마의 시절에는 육체를 힘들게  하며 정신을 쉬게 했는데,

육체가 여의치 않으니 투미한 정신이 신성처럼 선명한 순간에

자주 혼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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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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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지금도 자주 혼자가 보이고 이것을 평생 앓고 가야 하는거라고 알면서도

    쉽게 체념하지 못하고 젖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럴 때마다 이런 사람들의

    시를 읽으며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더 깊이 수렁으로 들어가 보기도 합니다.

    정호승의 '수선화'(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조병화의 '혼자라는 거'

    용혜원의 '홀로 남는 날'


  • 강화식님께
    keyjohn글쓴이
    2021.4.8 09:18 댓글추천 0비추천 0

    또 다른 혼자를 만나

    비밀을 나눈 듯 은밀한 기분입니다.

    어리석지요?

    이 방이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방인데

    무슨 비밀, 무슨 은밀 ㅎㅎㅎ

    혼자서도 유쾌해지는 연습해 봅니다.

    감사!!!

  • 수세기가 흘러도 여전히 한 자리에 앉아 삶과 죽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사유의 자세"  생각하는 사람을 떠으르게 합니다.

    이곳이 아닌 어딘가를 꿈꾸는 방랑자처럼

    혼자는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라고 말 하면서도

    오롯이 나 자신이고 싶은,  혼자의 시간을 원하는 이율배반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이중섭의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것" 이란 한 줄 시에 동감하며

    때떄로 타임캡슬을 꺼내 볼 수 있도록 울림을 주시는 임시인님의 글에

    고마운 흔적을 남김니다


  • 이설윤님께
    keyjohn글쓴이
    2021.4.22 10:34 댓글추천 0비추천 0

    항상 투정부리는 동생을 감싸는 누이처럼

    그만큼 거리에서 잔잔한 미소와 함께 계시는

    모습, 소감 ...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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