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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말희
- 충남 아산 출생
- 1986년 도미
- 제3회 애틀랜타문학상 대상 수상

여름 장대비

2019.08.15 10:38

강이슬 조회 수:34

여름 장대비 ~ 강말희 

긴 여름 한 낮을 견디어 
애끓는 지열이 기화하고 
지상의 모든 잡다함이 
검은 구름으로 응집되어 떠 있다  

마침내 때를 만나 
한치의 망설임이나 거침도 없이 
삼라만상 모든 것을 거세게 두드리니 
얕은 속내는 그 기세에 몸살을 앓는다 

산고를 치르는 듯한 폭염에 
찰나의 깨달음과 같은 번개와 
영겁의 무게와도 같은 천둥이 
장대비와 더불어 만삭의 몸을 푼다 

칠흑 같은 어둠에서는 
그 내림조차 희미하나 
가로등 불빛 아래로 드러난 빗줄기는 
날카로운 사선으로 내리꽂힌다 

바스러질 것 같은 메마른 땅에 
마지막 한 모금의 아량마져 증발되고 
양심 언저리에 떨어진 빗방울은 
안으로 깊게 스미어 가슴가지에 이슬로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