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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숙
-Eden Flower 경영
-시서문학 2011년 겨울 14호 신인문학상
-현 시조문학 작가
-시인, 수필가

친정 아버지.

정희숙2019.08.22 13:13조회 수 3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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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鄭喜淑
 
 
첩첩 산중 깊은 산골에서 새옷 한번 재대로 입어 보지 못하시고 평생을 햇빛에 그을린 검은 얼굴로 자식들을 위하여 고생하신 우리 아버지 멀리 있어 재대로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간암 말기라니~이웃집 사람들이 늘 하시던 말 주렁주렁 많이도 낳으셨다고들 하셨지만 유별 욕심쟁이였던 내가 오빠들하고 편견한다고 투정을 부릴때면 열손가락 중에 하나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어디 있냐고 말씀하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유별 남자아이 같았던 나를 많이도 아끼셨다.
어린 시절 어느 여름날 밤. 마당 들마루에서 깜빡 잠이들어계신 아버지 품속에 살짝 비집고 들어가 깜빡 잠이 들어 버렸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안방이였다. 밤에 빗방울이 떨어저 안아다 방에다 눕혔다고 하셨다. 해만 지면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두려움에 혼자 방문도 열지 못하던 내가 아버지만 옆에 계시면 세상으로 부터 보호 받는것 같은 안전함에 아버지를 무척 따랐다. 배움은 그리 많지 않으셨어도 동네 일이라면 밤중이라도 달려가시던 아버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일들이 생각난다. 내가 자란 고향 근처에는 희망원이라는 문둥이 촌이 있다. 집에 손님이 오면 그리도 좋아했던 우리형제들. 언제나 큰소리로 손님오셨다 나와봐라 우리는 일제이 우루루 몰려 밖으로 달려간다. 대문간에는 문둥병으로 앓고 계신 한사람이 서있다. 아버지 말씀이라면 온가족이 꼼짝도 못하고 순종해야 하는 가족이라 "야~손님 밥상 체려드려라" 엄마와 고모는 아무 말없이 밥상을 차려 대접해야했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 친구분들은 눈이 없는 사람 손가락이 달아난 사람 그런분들이 많으셨다. 어떤 날은 손과 팔에 붕대를 감고 있던 환자들과 사랑방에서 같은 이불을 덮고 주무시며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시고 도란 도란 이야기 소리가 사랑방에서 새어나오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음날이면 고모는 이불을 뜯어 이불 빨래를하시곤 하셨다. 지금생각해 보면 아버지 당신이 전쟁때 잃어버린 왼손 가운데 두 손가락 때문에 그러셨을까? 그리고 왼쪽인가 오른쪽 귀인가 아버지 어리셨을 때 동네 에서 어느분이 기르셨던 짖궂은 당나귀에게 물어 뜯기셔서 반밖에 없으시다는 이야기를 막내 고모로 부터 듣고 배꼽잡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이셔서 장애인들을 보시면 그렇게 후하셨을까?
 
진환 정씨 은일 공파가 양반의 피라고 자랑하셨던 아버지" 선 머슴아 같았던 나의 목소리에 여자의 목소리가 담장 넘어가면 집안 망한다고 호통을 치셨던 나의 아버지셨다" 팥이 콩이라고 말씀하시면 말수가 없으셨던 큰오빠로부터 온가족이 다 아버지 말씀에 순종해야했던 우리형제 들이였다 그렇게 음성이 쩌렁쩌렁 하시던 아버지 목소리도 언제인가 부터 작아지셨다 그렇게 사랑하고 아끼시던 남동생의 죽음으로 술도 많이 하시지 못하시던 아버지께서 마음아파하시며 술로 시간을 보내셨던 시간들 그러던 중 어떤 사고로 인하여 술을 끓으셔야 했던 일 때문에 그래도 몇 십 년은 건강하게 사셨다
가서 뵐 때마다 당당 하시던 아버지 모습은 두 어깨가 축 처지신 모습에 빛바랜 잠바에 단벌 신사로 세월에 기대신체 애잔한 모습으로 딸. 나의 눈에 비춰져 가슴이 아팠다 어쩌다가 새옷이라도 사다 드리면 아끼시느라 외출하실 때 입으신다고 낡은 장롱 속에 걸어 놓으시던 아버지.
 
둘째딸인 내가 미국에서 같이 살자고 했지만 고국의 땅 냄새가 좋고 마음대로 버스타고 다닐 수 있는 고국이 좋다고 하시던 나의 아버지 정장 한 벌 사드리지 못했는데 간암이라니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리고 잘해 드리지 못한 후회로 너무 마음이 아프다.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이토록 간절한데 줘도 줘도 더 주고 싶은게 부모 마음인데 늘 불만과 편견한다고 투정 부리며 자랐던 철없던 지난날의 일들이 이토록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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