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할로윈의 밤

송정희2019.11.01 15:56조회 수 15댓글 0

    • 글자 크기

할로윈의 밤

 

큰 바구니에 각종 초컬릿과 캔디를 담아 놓고 현관 밖에 불을 환히 켜놓는다

조금전까지 비가 온 뒤라 길이 한산하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강아지 포롱이를 목줄을 매어 계단 난간 모서리에

묶어두고 난 아이들을 기다린다

잠시 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초인종을 누른다

나는 문을 열며 해피 할로윈을 외치고 아이들은 트릿코 트릿을 외친다

커다란 캔디 바구니를 내밀며 두개씩 가져가라고 하니 두개씩만 고르는 아이들

나보다 포롱이가 더 신나 호르릉거림다

뒤늦게 강아지를 발견한 너댓살 아기가 초컬릿을 손에 든채 뭐에 홀린듯

포롱이에게로 다가온다

내가 얼른 포롱이를 진정시키고 포롱이의 앞발을 들어 꼬마아기의 장난감같은

작은 손에 쥐어준다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듯한 웃음을 내게 보인다

그 뒤에 서있던 다른 꼬마가 이제 제 차례라고 밀치며 앞으로 나온다

길에 서있던 아이들의 부모들이 막 웃는다

그렇게 예닐곱차례 아이들의 무리가 몰려왔다가 갔다

나도 그 시간만큼은 아이가 되어 즐거웠다

다행히 많이 짖지 않는 포롱인 인기만점

돌아가는 아이들의 부모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어느새 어둠이 내린 밤

5시부터의 나의 미션은 8시에 끝나고 행복한 마음 가득 안고

난 내 보금자리인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해마다 이렇게 할로윈을 챙겼다

뒤늦게 올 아이들을 위해 현관 밖에 의자를 놓고 초컬릿 바구니를 올려두는

둘째 지은이

비가 와서 아이들이 오지 않을까 했던 걱정이 다 날아갔다

앙증스럽고 신기한 복장을 한 아이들

요정의 나라가 되었던 세시간

나도 당연히 요정의 나라에서 그시간 행복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96 어머니와 커피2 2017.04.30 1382
1095 하루의 끝 2018.04.13 531
1094 어느 노부부 (3) 2016.10.10 200
1093 잎꽂이 2018.08.27 163
1092 선물 2019.07.18 158
1091 약속들 2017.04.05 153
1090 조용한 오전 2020.02.01 132
1089 등신,바보,멍청이2 2017.06.16 119
1088 1 2017.01.07 116
1087 부정맥 (4) 2016.10.10 103
1086 세월 2016.11.01 100
1085 정월을 보내며1 2020.01.30 97
1084 3단짜리 조립식 책장1 2017.02.08 89
1083 새벽비 2017.02.15 87
1082 혼돈은 아직 해석되지 않은 질서 2019.02.16 86
1081 작은 오븐 2017.02.12 84
1080 세상에 없는것 세가지 2020.03.11 81
1079 브라질리안 넛 2017.06.07 81
1078 애팔레치안 츄레일 첫째날 2016.11.08 77
1077 땅콩국수 2016.10.27 73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