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짜개란
배형준
꽃 한번 피워보겠다고
떠도는 삼십여 년
풍족하지 못했어도 콩 한쪽 나누어 먹던
정 넘처 흐르던 시절이 그립다
물 한 방울 없는 봄가뭄에
마음까지 타들어 간 목련꽃은 입술을 다문지 오래
밤잠을 설치게 한 매미 울음에 목마른 향수는 더하고
낙엽이 쓰는 서시를 읽으며
춥고 매서운 한겨울을 견디어 왔다
기어오르지 않는 인생이 있으랴만
저, 요세미티 * 엘 캐피탄 암벽등반가 같이
구름 속을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그래도 힘든 역경과 고통 견디며
절벽에서도 인내하고 극복하는 건
절망의 시절에 희망의 돌다리 놓으며
소박한 별꽃 한 송이 피워
미향이라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989m의 암벽.
콩짜개란은 제주도, 남해안 암벽 이나 수피에 착생하는 난초로 향기가 있다.
콩을 반으로 쪼개 놓은 것 같은 잎을 가지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멸종위기식물 2급에 지정된 보호식물이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