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12월 중순이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기슭에
큰 소나무 아래 갈색 낙옆들 사이로
초록색 새싹이 돋아나 있었다
이 겨울을 어떻게 버틸려고 그러니
시대를 잘못 태어난 이를 바라보는
심정이었다
아니나 다르까
서리가 내리고
한밤에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호수가 얼어붙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굶주린 사슴 몇 마리가 뛰어가고 있었다
2월 초순
금지된 산책을 몰래 시작하면서
소나무 밑 아래에
꽃 봉오리가 맺힌
한 손 뼘만큼 자란 싹들을 보았다
놀라움에 숨을 멎었다
사슴 가족들이 뛰어 놀고 있던
다음날
소나무 아래에
하얀 큰 얼굴
작은 노란 얼굴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눈물이 났다
눈이 부셨기 때문이다
코가 맹맹했다
향기가 진했기 때문이다
수선화
시대를 이겨낸 이의 다른 이름
2025.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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