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 매일 아침
뒷마당을 접한 거실 창
하얀 블라인드 사이로
옆 집의 가지런한 벽이 보인다.
벽은 어른 손바닥 크기의 직사각형의 붉은 벽돌들로 이루어졌다
새벽을 지나 동이 틀 무렵
햇살이 비쳤다
뒷마당의 커다란 측백나무와 여윈 목재 팬스의 틈 사이를
비집고 나온 햇살들이
비스듬히 내려왔다
붉은 벽돌들 위로
위쪽은 밝은 노랑으로
그 아래는 검은 여백으로
맨 아래는 선홍빛으로
사선이 그려졌다
사선들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벽 아래 한 구석으로 쏠리더니
이윽고 사라졌다
아!
젊은 날의 김환기와 백남준과 칸딘스키였다
이웃집 노인 부부는 모를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매일 아침
자기 집 벽에
추상화를 그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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