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무너진 돌담 위로
바람이 스치고
산 그림자 머무는 끝에
빈 집이 있다
반쯤 남은 황토 벽에
두런두런 사람들 목소리
낙서처럼 배어 있고
마당을 덮은 잡초들 사이 사이에
아이들의 웃음소리
고추잠자리처럼 날아다닌다
분주하던 세월은 가뭇없이 가버렸지만
추억은
가을 저녁 밥 짓는 연기처럼 남아
기울어진 기둥처럼 버티고 있으니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빈 집으로 남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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