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
숲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마천루 같은 나무들과 그 밑에서 자라는 나무들의
푸른 잎사귀에 취했기 때문이다
우듬지의 눈부신 푸름
밑둥의 어두운 푸름
작은 가지 옅은 푸름
굵은 가지 진한 푸름
푸른 향기를 따라다니다 맥 없이 길을 놓쳤다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플 쯤
푸르름의 저 먼 곳에서 하얀 빛이 보였다
숲의 터널이 아쉽게 끝날 무렵
발에 채인 듯 눈이 멈춰섰다
수줍은 푸르름에 붉은 구슬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산딸기들이었다
푸른 숲을 지키는 붉은 정령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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