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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안
- 애틀랜타 문학회 회장

가슴에 가득 담겨진 사랑

아이얼굴2018.12.16 00:07조회 수 68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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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0KM의 먼 거리를 떨어져 살고 있는 아들을 보기 위해 14시간의 긴 시간을 날아오시고, 6개월이란 긴 시간을 애틀랜타에 체류를 하시면서 함께 지냈었다.   

 매일 쫓기는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는 두 분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나누지 못하고 짧지 않았던 6개월의 시간들을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하는 자식들 빈자리만 지키게 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신 후의 빈자리엔 아쉬움만이 가득 남아 다음에 오실 때는 좀 많은 시간을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매번 똑같은 불효를 저지르는 자식이기에 두 분을 생각하면 죄송스러울 뿐이었다.  

  무엇보다 두 분에게 죄송스러웠던 것은 어머니의 가슴에 없던 몽우리가 잡힌다는 말씀에 혹시나 유방암은 아닌가 걱정을 하면서도 병원에 가 볼 엄두도 못 내고 그냥 한국으로 보내 드렸는데, 한국에 가셔서 병원에서 검진결과가 유방암2기 판정이 나와 속앓이를 많이 했었다.   


엄마.JPG


당신의 손자를 안고 가슴을 토닥거리며, 자장가를 대신하여 예수 사랑하심을 불러 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기억 속에서는 없어졌지만 나도 역시 어머니의 품에 안기어 어머니의 ‘예수 사랑하심’ 자장가를 들으며 자라 왔을 것이다.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어도 어머니의 그 품이 그립고, 어머니의 다 찌그러진 가슴이라도 한번 얼굴을 묻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유방암 2기라는 소식을 듣고 속앓이를 하며 한국의 동생들과 연락하면서 어머니의 유방암 수술과 치료 과정을 들었다.    

다행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힘들고 고통스럽다던 항암 치료를 견뎌 내시던 중, 년말에 결혼을 하게 된 사촌 동생의 결혼식에도 참석할 겸 미국으로 오시라고 했다.

병이 재발하면 위험하므로 의사에게 해외 장기체류가 가능한지 검사를 하셨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를 받아 미국에 오실 수 있게 되어 너무 반갑고 어머니의 건강을 지켜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아내와 함께 공항으로 갔다. 아침 시간이라 TRAFFIC이 심할 것 같아 새벽 일찍부터 서둘러 출발했더니, 생각보다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기다리던 시간이 되었고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두 분은 나오시지 않고 이젠 출구에서도 입국자들의 모습들이 뜸해질 즈음에 급히 나오는 사람이 있어 부모님 인상을 말씀드리며 혹시 안에 이런 분들을 보셨냐고 물어보았다.    아마도 통관 검사로 시간을 많이 지체했던 이 사람도 정신이 없어 누구를 돌아볼 경황이 없었는지 모르겠다고 하며 자기가 마지막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하고는 급하게 자기 길을 가 버렸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왜 아직도 안 나오시는지, 혹시 비행기를 못 타셨던 것은 아닌지, 통관에 문제가 있어서 말도 안 통하다 보니 안절부절하며 계신 것은 아닌지 별의별 생각을 다하는 중에, 한국의 동생으로부터 부모님 잘 도착하셨냐는 전화를 받았다.

  동생에게는 상황을 알려 주고 나중에 연락 주겠다고 한 후에 공항 안내로 가서 지금 상황을 설명하고, 확인하던 중 두 분이 힘겹게 나오시는 것이 보였다.

 세관을 통과하는데 너무 긴 시간을 지체하셨지만 아들을 찾아 나오시는 어머니는 우리들을 만나면서 바로 기운이 회복되었는지 피곤한 기색 없이 환하게 웃으시며 나와 아내를 차례로 포옹해 주셨다.        가방이 많아 그 중에 하나를 다 풀어헤치며 검사하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고 하셨다.   그래도 아들이 좋아하는 젓갈과 된장을 뺏기지 않고 나와서 너무 좋다며 순진하게 웃으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떻게 든 좋은 것 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에 핑 도는 눈물을 감추고, 다시 한번 포옹을 하며 그렇게 그리웠 했던 어머니의 냄새를 맡았다.


어머니의 사랑.JPG


뒤를 따라서 지팡이를 짚고 나오시는 아버지께서 이젠 잘 도착해서 자식들은 만났다는 안도감으로 긴장이 풀리시면서 긴 비행의 피로가 갑자기 몰려오셨는지 얼굴이 많이 창백 하셨다.

 지금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젊으셨을 때와는 전혀 상상이 안 되는 모습이다.

 젊은 혈기와 의리를 중하게 여기셨던 아버지는 가정 보다는 친구들과 많이 지내셨다어릴 때의 나는 아버지의 자상한 모습보다는 강한 모습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다.                    

아버지께서 직장 정년 퇴직 후, 점차로 아버지의 힘(?)은 약해지시고, 어머니의 힘이 강해지기 시작하면서 두 분의 기싸움이 한동안 집안의 분위기를 싸늘하게 하셨지만 지혜로운 아버지는 어머니의 손을 들어주셨고, 가정의 평화를 선택하셨다.

어린 시절 두렵고, 강했던 아버지의 모습들이 익숙하였었는데, 떨어진 기력으로 점점 쇠잔해지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 알아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깊은 사랑과 정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아버지.jpg


팔순 전후의 부모님께서 그 나이의 다른 분에 비해 비교적 건강하셔서 항상 함께 다니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나이가 들면 두 분처럼 아내와 함께 항상 같이 다니며 노후를 지낼 것을 생각했었다.

 이제 내 나이 60을 눈 앞에 두고 있으며 10여년 전부터 한국에서SNS를 통해서 친구 부모님들의 부고 소식을 많이 들어왔고, 미국에서도 주변에 많은 부고를 듣고 있다. 일찍 부모를 잃은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우리를 보고 두 분이 생존해 계신 것에 상당히 부러워하며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잘 해 드리지 못 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우리에게 부모님 살아 계실 때 효도하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나 스스로도 부모님의 건강한 모습을 보면서 효도의 기회가 많이 있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유방암 소식을 받았지만 다행히 완쾌하셔서 한시름 놓았나 싶었는데, 아버지의 승모판막 폐쇄 부전증이라는 진단으로 장기간 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사의 소견으로 앞으로 미국 방문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으로 걱정이 많았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셔서 매일 운동하시던 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좋아 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 방문이 가능하도록 좋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다시 한번 두 분이 애틀랜타 공항의 입국장을 손을 잡고 환한 웃음 지시며 나오시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두 분의 사랑을 자식의 마음으로 노래해 보았다.


노부부의 사랑.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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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나의 방패 나의 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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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동안씨의 효심이 글 전체에 퍼져,

    양심의 가책과 함께 감동이 느껴지네요.


    짧지 않은 기간 시부모 봉양에 수고한 미세스조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keyjohn님께
    아이얼굴글쓴이
    2018.12.16 08:57 댓글추천 0비추천 0
    이 글을 정리하면서 부모님 옆에서 함께하지 못하니 저 역시도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기정 동무의 어머님 사랑을 들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장시간 자리를 비운다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어머니를 향한 효심이 가득하신 것을 느꼈습니다.  한국 나가시면 그 동안 할 수 없었던 효도 원없이 하시고 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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