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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안
- 애틀랜타 문학회 회장

이민의 삶 조각

아이얼굴2020.02.08 21:18조회 수 5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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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 이민의 삶 조각.jpg





이민의  삶 조각

 

                                     조동안

 

앞이 캄캄했다

반 백 년 살던 곳 떠나

낯 선 곳에 적응하려

부단히도 노력하며

하루살이 처럼 살다

갑자기 닥친 해고통지

살아야 할 날의 걱정과

지켜야 할 가족의 염려

살아 온 날들의 자존심이

모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단물 빠진 검딱지처럼

버려진 초라한 모습

숨기지 못하고

애꿎게 가족만

아프게 했던

캄캄했던 때도

애틀랜타에 흔치 않은

많은 눈이 내렸다.

 

이런 눈이라도

겨울이 오면

한번은 보고 싶은 건

고향이 보이고

추억이 보이기 때문이겠지

 

 

다시 앞이 캄캄했다

어렵게 구한 직장

만지지도 않던

공구 메고

사다리 들고

서투른대로

설치기사 되어

찾았던 방문지에서

갑작스런 사고에

한쪽 발꿈치가 부숴져도

911보다

빨리 찾아 온

아직 미결인

이민자의 두려움

급히 피해 도망하던

다시 캄캄했던 그 때도

애틀랜타에 흔치 않은

많은 눈이 내렸다.

 

이런 눈이라도

겨울이 오면

한번은 보고 싶은 건

고향이 보이고

추억이 보이기 때문이겠지

 

 

 

 

*오늘 오랜만에 눈이 내렸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세상은 떠들석하다

그 안에 나도 있다.

돌이켜 보면 그 때는 참 많이 아파했는데,

이제 잠깐 지난 추억으로

삶의 작은 조각 하나로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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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우리 모임의 정체성의 모호함에 혼란을 겪기도 했었지만,

    문학이라는 이름하에 '서로에게 격려됨'을 모토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같을 듯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안의 아픔을 한번도 헤아리지 못한 죄책감이 밀물처럼  다가 오네요.

    각자의 삶의 무게를 십자가로 지고 가야하는 운명이지만

    함께면 조금 수월할텐데.....

    다행인 건 동안님은 신실한 신앙인이여서  할렐루야.

    서설 덕분에 마음을 나누어서 흐뭇하네요.


  • 아이얼굴글쓴이
    2020.2.8 22:42 댓글추천 0비추천 0
    하나가 아니더라도, 그 안 정체성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난 시를 모르지만 시를 쓰고 있네요. 난 문학을 잘 모르는 이과생이지만 문학 속에서 함께 숨쉬고 있네요. 모자라는 가운데에도 공감해 주신 분들이 고맙고 부족한 가운데에도 여분을 채워주시는 여러분으로 인해 작은 용기라도 갖을 수 있었답니다.   지난 삶이기에 이제야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는 죽기 보다 싫었었지만... 이해해 주셔 감사합니다. 
  • 가장 진솔한 각자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투박한 언어들을 모아 생각으로 다듬으면

    동안시인님의 시어로 빛이 날 겁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십자가를 내려 놓지 못해 

    투덜거리며 가는 것이 

    삶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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