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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안
- 애틀랜타 문학회 회장

아틀란타에 눈오던 날 -2017년12월8일-

아이얼굴2017.12.09 16:06조회 수 4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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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을 조용히 밀어내며 새벽은 초겨울의 찬기운과 동행하며 찾아 왔다.    

  저녁에 출근하는 아내로 인하여 침대를 혼자 차지하고 잠을 자는것도 습관이 되었는지 자리가 비좁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밤새 뒤척이다 밑에 깔렸던 전기요는 침대 아래로 던져지고, 이불은 간신히 한쪽 다리에 말려 남아 있어  그나마 배는 가리고 잠을 잔것같다.        밤새 히터가 추워진 실내 공기를 데웠는지 모자라는 습기로 입술뿐만 아니라 혀까지 바짝 말라 더이상 이불 속에 있기가 불편해 잠자리를 벗어나 샤워기의 온수를 틀었다.

  조용히 찾아 아침이건만 밤새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오늘따라 유별나게 소리를 내며 아직도 잠에서 일어나지 못한 아이들을 깨우는 모습이 새로웠다.        

  집에 오면 제일 먼저 강아지 순종이를 챙겼던 아내가 오늘따라  부산스럽게 소리는 내며 아이들을 부르는 것이  궁금하여  샤워를 마치고 나오며 아내에게 물어보니, 조지아에 눈이 많이 예정으로 학교가 휴교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는 것이다.                 아내는 휴교보다는 휴교를 정도로 눈이 같다는 소식에 더욱 흥미가 있어 오랜만에 눈구경을 있겠다는 기대감에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불쌍한(?) 아이들을 깨워가며 고요한 아침을 부산스럽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아내의 말을 듣고 밖을 내다 보니 싸늘한 기운에 날씨가 흐린것이 금방 눈이라도 내릴듯한 분위기에 오랜만에 눈구경 하겠구나하면서 나름 기대를 갖게되었다.     간단히 커피 한잔 마시고 집을 나서는데, 앞에 초등학생  두아이가 도착한 스쿨버스를 타고 집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조금 전까지도 기대했던 눈소식이 틀렸다고 생각하며, 평상시와 같이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서 하루 일정을 계획하고 거래처에 전화를 하다가 테네시에서 오는 거래처 손님에게 상황을 들어보니 오는중에 함박눈이 많이 내려 걱정했는데, 조지아에는 눈이  아직 내리지 않아 다행이라며 둘루스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11, 사무실을 나오는데 눈발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을 하면서 약속장소에 도착했을때는 눈발이 제법 굵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조용했던 핸드폰에 카톡메세지 알람으로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에서 마치 눈을 기다리기라도했다는듯이 알람 메세지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조지아에서 눈구경하기가 쉽지 않아서 도로교통의 문제는 뒷전이고, 눈이 많이 내리다는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눈소식을 많이 기대하고 있었던 같았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함박눈 송이송이에 몸을 맡겨가며 추운줄도 모르고 눈송이의 환상의 향연을 그대로 즐겨 보았다.                  젊은 시절 보았던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들었던 라라의 테마,  러브스토리에서 하얀 위에서 제니와 올리버가 눈위에서 천진하게 눈장난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들려 오던 Snow Frolic 오랜 기억의 틀에서 벗어나 사라졌던 감성이 다시 살아나는듯 젊은 시절의 꿈이 작은 셀폰의 메세지를 통해 아틀란타의 구석구석의 다니며 깨우고 있는 같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없이 강퍅하게 살아 왔던 이민의 삶에 갑자기 찾아온 하나님의 선물에 서둘러 거래처 방문을 마치고 일찍 퇴근 했다.    1시를 갓넘은 상태라 아내는 아직 잠을 자고 있을 같아 혼자서 앞의 호수로 달려 갔다.   

호숫가에는 제법 눈이 많이 쌓였고,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  첫번째로 자동차 바퀴 자국을 만들어 가며 앞쪽에 주차를 하려는 순간, 눈위에서 핸들의 조정을 무시한체 미끄러지는 자동차의 묵직한 기운에 섬뜩하게 소름이 끼치더만 다행스럽게도 바로 안정을 찾으면서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오전보다 굵어진 함박눈이 머리위로 차곡이 쌓이며 은은히 내려 오는 시원한 느낌은 점점 시간이 지나며 추위로 바뀌고 몸이 움츠려 들면서 종종거리며 다니며 누르던 셧터를 점점 서두를게 만들고 있었다.             

 오랜만에 짜릿한  손시려움도 손이 곱아지는 정도가 강해질때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차안에서 바라 보는 창밖의 환상들은 호수 위에서, 테니장 위에서,  수영장 위에서,  조금전  미끄러졌던 자동 바퀴 자국 위에서

순백의 신비로움이 소리 없이 차곡이 쌓이고 있었다.

 끝이 없을듯 펼쳐지는 하늘의 차갑고 도도 모습에 흠뻑 젖은 모습을 뒤로하고 주변을 정리하며 돌아서기가 못내 아쉬워 셀카 몇장을 찍고는 집으로 돌아 왔다.

 서둘러 집에서 사진 몇장을 카톡을 통해 올렸는데, 셀카에서 뒤에 두개의 하트를 발견하고는 우연치고는 신기하다는 모습과 사랑꾼이라는 느낌을 바로 올려 분이 모두 여성이라는 것을 보면서 역시 남자 보다 여자가  감성적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사실 나도 뒤의 하트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다.  생각 없이 셀카를 찍다가 나온 모습인데 갑자기 고등학교 선배의 말이 귀를 간지럽힌다.


     "~, 코끼리 뒷걸음질 하다가 쥐잡았네. 하하하"       


     참고로 별명이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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