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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안
- 애틀랜타 문학회 회장

'밍키' 그리고 '밍키'

아이얼굴2018.01.19 18:59조회 수 4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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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키’ 그리고 ‘밍키’


                                         조동안

 

  지난 문학회 모임에 참석하면서 올해가 황금개의 해라는 말과 함께 김복희 선생님의 강아지에 대한 글을 접하게 되었다.

 낭낭한 목소리로 발표하는 김복희 선생님의 글을 들으면서 그 동안 잊고 살아 왔던 한국에서 함께 지냈던 ‘밍키’를 기억하며 그 때의 일을 적어 본다.

 

어린 시절에 내 주변에 특별한 개는 볼 수 없었고 그저 잡종견으로 때가 되면 사라져 버리는 황구 정도이고 동네에서 유지나 되야 셰퍼드 정도의 개를 키웠던 기억뿐이었는데, 이제는 5가정에 한 가정이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하니 세상이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강아지를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별 관심도 없었던 나였지만 주변에 얼쩡거리는 동네 잡종견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동물들의 삶을 보여 주는 TV 방송매체를 접하면서부터다.

동물들과 인간의 유대관계가 생각보다 깊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방송매체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도 강아지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한번 키워 보고 싶다는 호기심도 생겼다.

하지만 그 당시에 족보(?) 있는 강아지를 분양 받기에는 많은 비용이 필요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교회의 한 집사님이 집에 강아지가 한 마리가 있는데 우리가 원한다면 그 강아지를 키워 보라고 했다. 그 집사님의 딸이 강아지를 너무 좋아해서 분양을 받았었는데, 갑자기 직장이 바뀌면서 기숙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강아지를 데리고 갈 수도 없게 되었고, 본인들도 키울 시간이 없어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고 했다.

6개월 정도 된 요크셔테리어(요키)로 황금색 털빛이 너무도 예쁘고 귀여운 아이였다. 이름은 ‘밍키’이고 숫놈으로 상당히 활발하고 붙임성이 좋았으며 성격도 순한 녀석이라 마음에 들었는데, 무엇보다 배변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쏙 들었다.  모든 행동들이 예뻐 어디를 가든지 데리고 다니면서 밍키도 나를 더 따랐으며,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밍키를 데리고 동네를 한바퀴 도는 것이 일과가 되어 있었다.

주일에 교회를 가면 강아지를 준 집사님이 ‘밍키’ 안부를 물어 보기에 가끔은 주말에 밍키를 데리고 교회에 가서 교회에서 옛 주인과 만나게 해 주었다.  밍키는 옛주인을 반갑게 맞이하였지만 집에 가자고 하면 서슴지않고 내 차에 올라타는 모습에 아마도 집사님 부부는 조금은 서운한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저녁이 되면 밍키와 함께 아파트의 주변을 돌아 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아파트 안이라 강아지 줄도 풀어주고 편안한 모습으로 함께 산책을 즐겼다.

동네 아이들한테도 인기가 좋아서 밍키가 나타나면 여기 저기서 아이들이 모여 밍키와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 강아지를 키우는구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아파트 앞에 빗물 배수로가 있는데, 그 폭이 30~40Cm 정도의 간격으로 그 위에 철제 배수로 커버가 올려져 있지만 그 길을 건너기가 밍키의 몸 크기에 비해 좀 넓었는지 겁을 먹고 잘 건너지를 못했다. 내가 배수로 위를 훌쩍 건너면 밍키는 그 위를 넘어 오긴 해야겠는데 그 앞에서 낑낑거리다 어렵게 건너 오면 나는 다시 반대편으로 다시 훌쩍 건너가면 밍키는 다시 돌아 오려 온 힘을 다해 건너 왔다.  밍키의 이런 모습이 너무 예뻐서 장난삼아 그 배수로를 건너 오고 가기를 반복하니까 이 녀석도 화가 났는지 슬슬 짜증내는 모습도 눈에 보였다.

이제 그만하고 돌아 가려 할 때 아파트 안으로 개인택시 한대 가 들어 왔고, 서행하고 있는 택시를 보면서 위험할 것 같아 잡아 안으려 밍키에게 손을 뻗치는 순간 이 녀석이 장난하는줄 알고 날 피해 도망가다가 그만 그 택시 바퀴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순간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그렇게 사랑하던 밍키는 내 손을 떠나게 되었다. 

밍키의 사고로 슬프고 가슴을 아파하면서도 우리 가족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하나 더 있었다.     우리에게 밍키를 보내 준 집사님 부부를 주일에 교회를 가면 피해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를 만나면 밍키 안부를 묻고, 언제 한 번 주말에 데리고 오라는 말에 거절도 못하고 데리고 오지도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밍키 덕분에 항상 밝았던 집안 분위기가 사고후에 많이 침체되어 있어 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다른 강아지 한마리 더 분양을 하는 것이 좋겠단 생각도 있었고, 집사님 부부에게 밍키가 죽었단 말을 도저히 할 수 없어 아내와 나는 고민을 하다가 더 늦기 전에 강아지를 빨리 분양을 받기로 했다.

인터넷을 통해 요키를 찾아보고 마땅한 강아지를 찾아 분양을 받았고 이름을 ‘밍키’라고 지었다.  4주 지난 녀석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이 녀석 또한 내 뒤를 졸졸 쫓아 다니며 애교 부리는 모습에 홀려 내 호주머니 속에 넣어 키울 정도로 정을 주고 받으면서 이전의 ‘밍키’와 상처를 잊어 갔다.

단지, 주일에 교회에 가면 여전히 집사님 부부를 만나면 가슴이 콩탁 콩탁거렸다.  지은 죄가 크니 어쩌겠는가...

빨리 밍키가 자라기만 기다릴뿐인데, 그렇게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해서 6개월 정도가 지나니 이전의 밍키정도는 아니더라도 비슷하게 자랐다.   2~3개월만 더 지나면 떳떳하게 집사님 부부에게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내와 함께 밍키를 데리고 동네 마트에 가서 시장을 보고 오다 여집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차 안에 밍키가 있는 것을 보고 집사님이 밍키를 안아 보려 했는데, 밍키가 전혀 아는 척도 하지 않고 피해 다니는 것을 보면서 밍키가 이젠 자기를 잊은 것 같다면서 섭섭한 얼굴로 말을 할 때 우리 부부는 그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1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아내와 아이들이 먼저 미국으로 들어가고 나와 밍키만 남아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다 1년 뒤에 나마저 미국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한 후에 사정상 밍키를 데리고 오질 못해 아버지의 친구 아들이 강아지를 찾고 있다고 해서 그 집에 보내게 되었다.  가끔 한국에 연락해서 밍키 소식을 들었는데, 아이들이 밍키를 너무 이뻐해서 아주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해서 그나마 마음이 편해 졌었다.

그리고, 얼마 안되어 한국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 밍키도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비보를 듣게 되었다. 이 녀석도 주인과 함께 산책하다가 사고를 맞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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