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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에피소드, 단풍구경/김복희

왕자2017.11.03 09:25조회 수 80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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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 단풍구경 /김복희


어느 여행사에서 100여명 손님을 모시고 스모키 마운틴을 간다며

평소 친정 동생처럼 나를 챙기던 S 여사가 함께 다녀오자고 초대를 했다


2005년 미국 오던 첫가을 절친한 목사님부부가 단풍이 좋다며 스모키 마운틴을 안내했었다 그러나 설악산 송리산 내장산 등의 단풍을 보아왔던 내 눈엔 실망뿐이었다 그 후 12년 사는 동안 한 번도 단풍구경을 가지 않았다

이젠 내 눈도 미제로 변하여 미국단풍 조차도 그리워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설치며 가방을 꾸려서 준비해 놓고 시계만 바라보며 S여사의 차 소리에 귀를 기우렸다

집결지에 도착하니 대형 버스 두 대가 와있고 손님들은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이고 중장년 부부들도 더러 있다 내가 최고령이라고 경로우대로 앞자리에 앉힌다.


오래전 고국에서 친정아버지는 이북 오도청 평강 군민회장을 오랫동안 집권? 하시며 도민회에서 버스 관광을 해 마다 다니셨다

아버지 연세가 80대였는데 임원 한분이 아버지가 앉아계셨던 앞자리에 오줌이 흥건했다는 얘기를 했었다 당시 혈압 약을 잡수셨는데 이뇨제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버스에 화장실이 없었던 시절이다. 그 후로 나는 야박스럽게도 연로한 아버지를 모시고 다니지 말라고 부탁 했었다


차창밖엔 온종일 비가 오고 불타는 빨간 단풍은 보이지 않지만 파스텔 톤의 단풍은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다 문득문득 뿌연 안개 속에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이 떠 올른다 장녀인 내가 어쩌다 생각지도 않은 미국에서 내가 살고 있는 것인지 미안하고 죄송스러워 목이 메인다


처음 하차한 곳은 Tallulah (텔러라) 폭포였다 1000개 계단이 넘는 곳을 따라 내려갈 자신이 없어 적당선 까지 가서 쏟아지는 폭포의 웅장한 물살과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며 속이 뻥 뚤리는 시원함을 맛보았다


15년 전 캄보디아 '앙코르왓트' 무서운 돌계단을 일행 중 나 혼자만 다녀왔다 계단의 경사가 수직 같으며 손잡을 곳도 없고 그곳 사람들은 발도 작은지 내 운동화 사이즈보다 작은 폭의 돌계단이 위험하기 그지없다 오르고 내리는 동안 얼마나 무서웠던지 이것이 꿈이기를 바랐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알았지만 계단이 겨우 80도 경사라고 한다. 그 후 계단 공포증이생겼다 이제 천개의 계단은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폭포는 다 비슷한지 어디서 본 듯한 폭포였다

날씨 관계로 Cheroke(첼로키)를 대충 둘러보고 돌아오며 Gatlimburg(게트림버그)에서 따뜻한 커피로 추운 몸을 녹이고 밤늦게 집으로 왔다

밤 11시 30분이다

이제부터 문제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10시 후에는 개인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야 하는데 그렇게 늦게 집에 온 적이 없어 열쇠는 갖고 다니지 않으니 난처한 일이 생겼다 주민 누구라도 자다가 나와서 문을 열어주어야 하는데 누구를 깨워야할까

깊은 밤이라 미안하고 전화를 하려해도 잠결에 받고 얼른 내 사정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는 열쇠를 지참할 것임을 결심했다

집에 까지 데려다준 S 여사는 난처한 내 입장을 같이 걱정하면서 이 아파트 4층에 살고 있는 지인 An선생에게 부탁하자고 한다. 그는 봉사정신이 투철한 분이다 활발하고 쾌활하여 나를 도울 수 있을 거라 생각은 되지만 나처럼 밤중엔 전화를 무음으로 해 놓는 것은 아닌가도 걱정스럽다

사실 11시 반은 인간적으로 너무 늦은 시간이다 첫 잠이 드는 시간이라 여간 미안한 것이 아니다

결국 눈 비비며 나와서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그도 오늘 멕시코 크루즈여행을 다녀와서 몹시 피곤하여 깊은 잠을 자다가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온종일 S여사의 호의로 좋은 구경하고 돌아와 결국은 또 An선생에게 신세를 지었다 ‘호의와 신세’ 고맙고 미안한 날이다

이 가을은 시니어 ‘합창연주’와 ‘시낭송회’로 행복했고 10월 28일 단풍놀이로 이달을 장식 한다고 즐거워했는데 마지막엔 잊지 못할 에피소드로 늙은이의 작태를 여지없이 보여준 실수 ....

점점 남의도움을 받는 늙은이가 되어간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해도 그 시간에 본 사람은 없지 

그날 밤 CCTV 녹화의 주인공은 바로 내가 되었다

An 선생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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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참으로 분주한 10월을 보내셨네요.

    털럴라 폭포계곡아래 흔들다리 재미있었던 기억나네요.


    개트린버그 옥수수 팬케익하우스도...

    추억을 공유하게 되었네요.


    CCTV주인공! 역시 스타시네요. ㅎㅎㅎ

    즐감

  • 왕자글쓴이
    2017.11.8 12:14 댓글추천 0비추천 0

    임시인이 나타나니 홈피가 풍성해 지네요 

    역시 임시인은 만인의 연인이십니다 

    고마워요 꼭 필요한 사람임이 증명되었어요 

    다시 한번 더 생환축하 ㅎㅎㅎ

  • 왕자님께

    부담스러운 칭찬 노 탱큐 ㅎㅎ

    바쁜 10월보내셨군요.

    출판기념일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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