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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뜨거운 포옹/김복희

왕자2018.02.02 15:58조회 수 91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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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포옹/김복희


어제 8시 S교회에서는 후배 탈렌트 임동진 목사님의 집회가 있었다.

꼭 만나고 싶어 B전도사님과 시간 전에 달려갔다.

예배당 맨 앞줄에 앉아있는 목사님의 뒷모습이 보인다.

집회 시작 전에 만나야 될 것 같아 그의 앞으로 갔다.

서울서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고 살았으니 거의 20여년 만에 상봉이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둘은 지남철처럼 뜨거운 포옹을 하였다.

나는 웃고 있었지만 눈물이 계속 흘렀다. 목사님도 손수건을 적신다.

내가 아틀란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찾아와서 너무 반갑다고 하며 잡은 손을 놓지 못한다. 고국에서 지인들이 오면 반갑게 만나지만 유독 연기자만은 참지 못하고 나는 눈물을 보인다. 임목사님은 그 마음을 이해한다며 “아이구 내 새끼..” 이런 감정일거라 한다.

목사님의 간증을 경청하고 정말 훌륭한 목사님이구나 감탄을 하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존재를 다시 확신하게 되었다. 아홉 살 어린 시절에 인천의 적산 가옥에서 가난을 비관한 엄마의 자살로 슬픈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대목에서 성도들은 숨을 죽인 채 놀랐다.

70대 중반의 목사님이지만 연극배우 특유의 좋은 발성과 감정표현이 성도들을 은혜의 늪에 빠지게 한다. 목사 이전부터 그는 남에게 존경받는 연기자였다. 스타이면서 겸손하고 남에게 모범적이었다.

임목사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나와는 많은 작품을 같이 하지 않았지만 어느 단막 작품을 같이 할 때였다. 야외촬영이 있어 차가 갈수 없는 오솔길을 자기 소품을 들고 현장으로 가고 있을 때다. 뒤에서 달려와 내가 들고 가는 가방을 빼앗아 들고 가는 것이다. 젊은 후배들도 있지만 내가 선배인지라 후배로서 솔선하여 내짐을 뺏어 간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나는 그 일을 잊지 않고 있다. 늙어 타국에 나와서 반갑게 만나게 되고 내가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하니 그 장면을 꼭 쓰고 싶어 회상을 하고 있다. 그는 전혀 기억 못하고 있을 것이다. 간증 중에 젊어서 못 되게 살았다고 하지만 지나친 겸손이며 목사로서의 회개의 심정일 것이다. 온화하고 따뜻한 마음씨여서 지금 그는 목사 역할이 적역을 맡은 것이다. 18년 전 촬영문제로 아틀란타에 왔다가 김포에 도착하면서 뇌경색으로 고생을 하였는데 지금은 완치가 되었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한다.

연기자는 은퇴가 없으니 우리에게 훌륭한 배우로 다시 화면에서 보여 지기를 바란다.

어제 임동진 목사를 만난 후 오늘은 온종일 지난일이 스크린처럼 눈앞을 스치며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모처럼 걸려온 아들 전화조차 그다지 반갑지 못하니 이 마음이 무엇인지? 후회인지 그리움인지? 모르겠다. 이 상황을 아들에게 얘기 했다. 어미를 이해할까?

아니면 ‘어머니 연세가 몇이세요?’ 그런 마음일까?

작년까지는 내가 필요한 곳이라면 나서기도 하였다. 그러나 해가 바뀌며 나이를 생각하면서 조용한 은퇴자로 없는 듯 살아야 할 것 같다.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하나씩 줄이려 한다.

우선 한국의 고교 백합 문인회를 금년 들어 탈퇴선언을 하였다. 말리는 후배들도 나와 같은 생각들인 줄 안다. 나를 이해 할 것이다.

이곳에서 내가 만든 여고 동창회도 의도적으로 금년 들어 불참을 하였다. 차차 발을 빼야겠다. 떠나갈 자리를 정리하는 차원에서다. 최근엔 나눠주고 버리고를 실시하고 있다. 버릴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은 아니고 아까운 것을 줄 수 있는 마음이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지인들로부터 생일 선물을 받으며 좋아서 냉큼 받은 내 꼴은 무엇인가?

내가 떠나기 전에 갖고 싶은 내 물건을 찜해 놓은 후배들이 있다. 잊지 않고 있다.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모두 나누어 줄 것이다. 떠난 자리가 쓰레기로 가득 할 것이 싫다. 금년까지는 건강하게 살고 싶다. 처음 늙어보니 변해 가는 놀라운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너무 오래 살았다.

임목사에게 ‘나 많이 늙었지?’ 몇 번이나 물었다. ‘아니요 그대로세요’ 그 말 나는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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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Me Too 사건/김복희 복구와 예삐와 재롱이/김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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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단정하고 강직한 역을 많이 하셨던 임동진씨가 오셨군요.

    선배님과 그분의 해후가 눈물겹네요.

    얽힌 추억도 아름답고...

    삶이란 것이 예외없이 애잔하고 안타깝네요.

    탯줄자르고 응애하면서 부터 죽음을 향해간다는 것을

    왜 잊고 사는 건지...


    물건들을 정리하는 차원은 이해와 동의가 쉬운데,

    모임 관계를 줄여 나가시는 것은 반대입니다.

    생활의 탄력과 자극은 관계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고하시기를...


    함께한 추억여행 감사합니다.


  • keyjohn님께
    왕자글쓴이
    2018.2.2 21:03 댓글추천 0비추천 0

    임시인 댓글 고마워요 

    모임으로 아틀란타문학회는 윤열자선생님  생각하며 계속 나갈것입니다.

    임시인의 환갑은 봐야지요 ...  

  • 왕자님께

    환갑되면 여든 다섯 아가씨 모시고 잔치 거하게 해야할까 봐요. ㅎㅎㅎ

  • 1992년부터 외국으로 떠돌다 보니 TV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문학회에 참여하기 전에 라디오코리아에서 시 낭송을 하신 걸 몇번 들었습니다.

    저번 모임 때 처음으로 TV에서나 뵈었던 선생님을 알현할 수 영광도 누리게 되었습니다.

    추억과 함께 정갈하게 정리하신 글도 감동입니다.

    늘 건강하신 모습을 계속 뵈올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 옛 사람을 만나면 눈물부터 나오는 이유는 다시 만난 기쁨이 아닐까해요. 저도 모처럼 한국 갔다가 남자 선배를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나와 옆에 있던 선배부인에게 민망한 짓을 했구나 자책했죠. 무슨 관계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

  • 왕자글쓴이
    2018.2.3 10:44 댓글추천 0비추천 0

    배시인님  덕분에 요즘 꽃 공부많이 합니다. 제주도 출생이란것도 신기? (미안)한데 

    꽃 시를 쓰시니 더욱 낯설면서도  정스러워요 

     많이 배우게 되여 고맙습니다. 오래 함께 하세요 ..

  • 왕자님께
    바다가 반 섬이 반인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고흥이 고향입니다.
    남한에서 가장 많은 식물이 자생하는 제주도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모르는 식물을 빼고 다 알고 있으니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나누워 드리겠습니다. ^*^ 
  • 왕자글쓴이
    2018.2.3 10:48 댓글추천 0비추천 0

    경화씨! 글이 늘 재미있어요 얼른 읽고싶구요


    8년?전쯤 우연히 우체국에서 만난 인연, 


    이젠 문학회에서 매달 만나니 필연이였나봐요 고마워요  

  • 저도 왠지 인연보다 필연이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통해서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서죠.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데 웃음이 터지는 글을 쓰고 싶어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여요. 힘을 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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