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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아직도 다섯 달이나?/김복희

왕자2018.05.10 08:17조회 수 3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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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다섯 달이나? /김복희


   나는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친구를 만나러 여행을 한다. 금년 봄에도 해마다 다녀오는 미네소타친구에게 다녀왔다. 이번이 마지막 여행이될것같다. 친구는 아직 통역 일을 하고 있으니 은퇴하면 아틀란타를 다녀가라 하였다. 4박 5일 만에 다녀왔는데 뜬 자리가 너무 허전하다며 친구는 요즘 자주 전화를 한다. 밥 먹었니 뭐해 먹었니? 나 먹는 게 궁금한 모양이다. 아직도 내가 자기 집 2층에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아래층에서 내 이름을 큰소리로 불러대는 친구목소리가 귀에 쟁쟁 하다. “복희야... 복희야...”

이 나이에 친구가 아니면 누가 그렇게 큰소리로 이름을 줄러줄까? 미네소타는 4월인데도 눈사태를 만나 모처럼 고국생각을 하며 나는 즐거웠다. 공항에서 가볍게 허그를 하고 돌아섰다. 나는 친구가 많이 있다. 친구 부자다. 올 가을엔 수 십 년 전 절친 은이 가 우리 집에 온다. 내가 이민 온 며칠 후 (2005년) 영화배우 같이 생긴 백인 청년이 꽃 배달을 왔었다. 은이 가 ‘위스칸신’ 에서 보낸 것이다. 너무 놀라웠다. 타주에서 친구의 이민 환영 꽃다발을 보내다니 .. 어려서부터 책읽기 글쓰기 그림그리기 뜨개질 등 재주가 많더니 할머니가 된 후에도 소녀 적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친구다. 원로목사 사모로 오남매를 두고 노후를 편안히 보내며 산다. 수년 동안 온갖 선물들을 ‘꾸리는 재미’ ‘풀어보는 재미’라며 소포를 보내준다. 친구는 40여년 미국에서 살았고 나는 새로 와서 부족한 것 많을 거라며 일용품들 까지도 ‘보따리 보따리’ 보내온 친구이다. 서로 한 번씩 다녀가고 거의 10년 동안 전화로만 연락하다가 한여름 더위 지내고 10월 초에 다녀가기로 약속하였다. 그 친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950년 6.25사변이 일어나고 온 국민이 도탄에 빠져 삼개월간 지옥 같은 고생을 하다가 맥아더 장군의 9.28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인민군이 북으로 쫓겨 간 그 시절 서울의 각 여자중학교에 국군위문 예술대원 모집 광고가 붙어있었다. 그때 나는 15세, 불란서의 잔타크와 같은 나이로 그녀처럼 애국심이 불타 있었다. 우리학교에서는 나와 친구들 셋이 합창부로 입대를 하였다. 부모 곁을 처음 떠났고 각 학교에서 뽑힌 대원 16명중에 은이 가 있었다.

   이화여중생은 은이 단 한명이었는데 친화력이 대단해서 우리학교 친구들과 특히 나와 친하게 지냈다.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위고 자그마한 키에 운동선수같이 단단한 체구의 소녀였다. 단거리 선수라고 했다. 아버지 친구 분이 독립군 이범석장군이라 했던가? 하여간 나와는 전혀 다른 집안에서 자랐다. 만주에서도 살았다며 중국노래도 잘 불렀다. 60년이 훨 지났어도 그 노래 멜로디를 난 아직 기억 하고 있다.

    예술대는 1년 후 해산이 되었고 우리는 각자 자기 길을 가며 이따금 만나 우정을 나누며 지냈다. 다시 은이 의 소식을 들은 것은 미국 시카고 부근으로 이민을 갔다고 예쁘게 카드를 만들어 보내 왔다. 목사 사모로서 외로운 교민들의 어머니역할로 살았을 것이다. 나는 친구관리를 잘 하는 편이다. 일 년에 몇 번씩 편지를 주고받으며 지내다가 나도 아틀란타로 이민을 온 다음해 늘 그리워하던 친구를 찾아 ‘위스칸신’ 그의 집을 방문하였었다. 은퇴목사님과 텃밭을 가꾸며 부부가 골프를 치며 재미있게 살고 있었다. 방 하나엔 그림과 물감 등이 가득하다. 은이 는 역시나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큰딸이 우리 집에 데려다 준다며 호텔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한다. 좁아도 함께 우리 집에 있어야 한다고 했더니 용기 내어 혼자 오겠단다. 은이 가 도착하면 삭막했던 우리 집은 얼마나 시끌 시끌 할까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 “다섯 달을 어찌 기다리나” 했더니 “받아놓은 날자는 곧 온다”고 원로 목사 사모처럼 말한다.

사진으로 모습은 자주 보고 있지만 80대 할머니가 건강은 어떤지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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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편지를 쓰고 싶다/김복희 뮤지컬 '맘마 미아'를 관람하고/김복희 (by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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