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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조 사 /김복희

왕자2018.07.23 16:33조회 수 50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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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사 /김복희


   작년 여름에 새로 이사 온 낯선 분이 계셔 내가 먼저 다가갔습니다. 홀로 사시며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건강이 안 좋아 보였습니다. 명문 부산여고졸업 이라는 것도 알게 됬습니다.

나는 부산으로 피난 갔던 얘기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나보다 몇 년 아래지만 ‘워커’를 사용하고 있어 친구로 도움을 주며 지내고 싶었습니다.

  고인은 일직이 남편을 잃으시고 외아들을 남편처럼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따로 사는 아드님의 동선을 꽤 고 있었어요. 그 아들 역시 이 시대에 볼 수 없는 대단한 효자였습니다. 이웃이 모두 그런 아들을 부러워했습니다.

때로 건강문제로 비관을 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복자씨는 성품이 명량하여 낭 낭한 목소리로 농담도 잘하고 또 나를 무척 좋아하여 아들이 사온 빵과 과자를 손수건에 싸서 ‘워커’를 밀며 나를 찾아 오군 했습니다.

고인은 깨끗하고, 부지런하고, 음식도 잘 하며 아들에게 먹이고 싶은 마음이 대단해서 당신이 환자라는 것을 망각하고 무리하게 부엌에 서 있기도 했습니다. 매일 매일 아들을 그리워하는 “아들 바라기” 어머니셨지요

  TV가 잘 안 나와 ‘러시아 월드컵’ 축구 중계를 보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복자씨가 어느 날 아침 응급실로 실려 간 후 다시 호스피스로 옯겨 간 날 “권사님 여기가 어딘지 몰라요” 라는 전화를 하셨어요 내일 점심때 방문하겠다고 약속 했것만 그 순간부터 나를 기다렸다는 호스피스 직원의 얘기를 들으니 바로 가지 못한 일이 두고두고 후회가 됩니다. 다음날 찾아 갔을 때는 깊은 잠속에 빠져 눈도 뜨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다가 멀리서 따님이 왔을 때 무의식이지만 잠 시 눈을 떴었다고 들었어요 세상을 하직하면서 사랑하는 따님들을 한번 더 보고 싶었던것 같습니다.

  얼마 전 어버이날에 큰따님이 옷을 사 보냈다고 기뻐하며 자랑하더니 두 따님들 모아놓고 꽃길 따라 천국으로 가셨군요 부지런히 시어머니를 찾아뵈던 착한 며느리와 손자손녀들의 슬퍼하는 모습을 지금 하늘나라에서 보고 계시겠지요

침대에서 떨어질 염려도 없고 ‘워커’를 힘들게 밀고 다닐 염려도 없고 참 편안하고 좋으시겠어요.

예쁘게 웃는 모습이 떠 오릅니다. 

잘 가요 복자씨...   안녕 !

우리 머지않아 만나게 될 거에요

2018년 7월-23일 허복자씨를 보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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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경험/김복희 아들아 /김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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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힘든일 복잡한 생각없는 그 곳에서 영면하시길...

    뵌 적 없는 저도 기도합니다.

    임종에 잘난 아들은 없었나요?


    참 좋은 이웃이시네요.

    가시는 분에게 이리 아름다운 글을 남기셨으니.


    더위에 잘 지내시지요?



  • keyjohn님께
    왕자글쓴이
    2018.7.23 17:23 댓글추천 0비추천 0

    7시 30분 장례식장에 갈 준비 완료하고 

    홈피를 여니 역시 임시인이 댓글 주셨네

    '조 사'를 하며 울지 말아야하는데 야단났어요 

    남의 장레식에 가면 유족처럼 울어서 부끄럽지요  

    더위에  임시인도 잘지내세요...

    *호스피스에서 임종시 유족들 환자옆에 대기시켰다 해요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차피 누구나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여지없이 떠나, 돌아갈 곳이란 것을 알면서도

    이런 이별 앞에서는 언제나 가슴이 아프고 먹먹해요...ㅠ.ㅠ


    건강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 Jenny님께

    그 착하신 아드님 부부가 저희 샾을 오셔서 관위에 올리는 꽃과 

    화환을 주문 하시면서 어머님과 무척 가깝게 지내셨다고 말씀 하시드라구요

    마음이 아프시고 섭섭 하시겠지만 

    아픔 없는 천국에서 웃으시면서 안녕이라 인사 하시면서 보고 계실꺼예요

    아드님 과 며느님 무척 착하시고 인자 하시드군요

    그 어머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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