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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진돗개 '복구'/김복희

왕자2019.08.05 20:53조회 수 60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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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복구’

창밖에 외로운 미국노인이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모습을 한참 보다가 나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생각이 나며 옛날 복구를 떠 올렸다

결혼 후 첫 선물로 시아버님이 진돗개를 사오시면서 내 이름을 따서 ‘복구’라고 이름을 지셨다. 남편은 강아지를 너무 좋아해서 퇴근하면 바로 뒷동산으로 운동을 시키러간다. 지금은 그곳이 대형아파트촌이 되었지만60년 전엔 노량진 시댁 뒤에 동산이 있었다. 1957년 남편이 미국 유학가서도 편지 끝엔 빼놓지 않고 ‘복구’소식을 물었었다. 나 혼자 아들을 키우는데 ‘복구’는 애기 냄새가 좋은지 애기를 보면 얼굴을 비벼 대니 상체기를 낼 것만 같아 매일 걱정을 하다가 애기를 다리고 시아버님 허락도 없이 친정으로 갔다. ‘복구’가 우리를 얼마나 찾을까 생각하면서도 친정 형편이 함께 살 수는 없었다. 얼마 후 시아버님께서 ‘복구’를 친구분 댁에 주셨다는 얘기를 듣고 ‘복구’가 보고 싶어 애기를 업고 종로 3가 지인 댁 큰 대문 앞으로 갔다. 대문 안에 묶여있던 ‘복구’는 내가 문 앞에 온것을 것을 느끼고 껑충껑충 뛰며 낑낑 거리는 것이다. 안에서 사람이 나와서 ‘복구’를 만나게 해 주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복구’는 나를 보자 너무 반가워 꼬리를 흔들며 내 얼굴을 계속 핥으며 애기에게도 애무를 한다. ‘복구’를 보니 미국 간 남편이 더 그리워 눈물이 났다. ‘복구’ 눈에도 눈물이 보인다. 살이 좀 빠지고 배가 빨갛고 상처투성이다. 시맨트 바닥에서 살고 있으니 피부병이 생긴 것 같다. 불쌍하기만 하다. 시아버님이 직접 만들어주신 훌륭한 ‘복구’ 집은 보이지 않는다. 전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어떻게 하면 다시 데려올 수 있을까 궁리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지금 같으면 미국유학중인 남편에게 ‘복구’와의 이별을 알리지 않았을 텐데 그때는 어리고 철없어서 ‘복구’를 만나고 와서 슬픈 마음을 편지로 알렸다. 놀란 남편은 시아버님께 따로 편지를 보냈다. ‘복구’를 다시 찾아오시라며 귀국해서 ‘북구’를 키울 것이라 했다고 한다. 그 후 시아버님의 호출을 받고 시댁으로 가니 내가 손자를 데리고 친정으로 간 것부터 꾸짖으시며 왜 ‘복구’를 남에게 주었다는 얘기를 알린 것이냐며 힘들게 공부하는데 걱정 시켰다며 어린 며느리를 나무라셨다. 친정에선 단 한 번도 부모님께 꾸중을 듣지 않고 컸는데 시아버님께 그런 말씀을 들으니 너무 서운해서 한참을 울었다. 이제 생각하니 별것도 않인데… ‘복구같은 영리한 진도개는 미국에  없겠지 ….그냥 처량하다    8/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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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합창단/김복희 작년 오늘저녁/김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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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제목만 보고는 

    어느지역에 재난이 나서  복구에 대한 수필이 아닌가 했는데

    60여년전에 의지가 되었던 애완견을 추억하시는 이야기시네요


    흑백영화 같은 분위기로

    젊은아낙의 시집살이와 친정살이..

    유학간 남편에 이야기가 소설같이 전해집니다


    복희샘께는 여전히 그립고 아쉬운 애견 복구

    그 추억을 꺼내 나누시면서는 그시절이 그저 그리우실 듯만 하네요

  • 왕자글쓴이
    2019.8.6 16:26 댓글추천 0비추천 0

    하하하 재난 복구하하하

    한참 웃었네요 지난 옛날은 정말 흑백 영화같에요 

    신혼에 남편이 유학가고 매일 회색빛 세월이 였지요 

    남편없이 아들을 낳고 시댁으로 친정으로 맴돌았어요 

    옛날 생각이 나네요 어른들은 다 가시고 이젠 내가 0순위지요 ㅋㅋㅋ

    댓글 고마워요 제목을  진돗개 '복구' 라고 수정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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