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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연극 연출가 이원경교수님을 추모하며 / 김복희

왕자2020.09.12 12:29조회 수 6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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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교수님을 추모하는 원고를 청탁받고)


       이원경 교수님을 추모하며 ㅡ 김복희


 교수님을 떠올리면 창고극장에서 공연한 연극들이 떠오른다. 창고극장은 이원경교수님이 운영하셨는데 퇴직하신 교수님은 아마 70대 후반으로 생각이 든다. 교수님의 성격처럼 깐깐하고 엄격하시어 제자들이 무척 어려워했으며 연출 하실 때는 이진순 교수님보다 더 무서워들 했다. 김도훈연출 ‘테네시 윌리암스’의 ‘유리동물원’에서 어머니 ‘아만다’역을 장기 공연 할 때이다. 어느날 교수님이 사무실에서 조용히 나를 불러 내연기가 백성희와 똑같다고 나무레시는 것이었다. 누구도 그런 소리를 한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원로교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부끄럽고 기분도 좋지 않았다.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던 것도 백성희선생님 연극을 보며 결심을 하였었으니 자연히 모방을 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1981년에 그 ‘아만다’ 역으로 동아 연극상을 수상했다.

다음해는 ‘아서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린다’역을 할 때도 창고극장에서 공연을 하였으니 교수님을 바로 보기가 거북했지만 열심히 하였다. 공연 마지막 날 쫑파티가 있어 신문사 문화부 담당 기자들이 참석하고 있었는데 그중엔 한국일보 당대 톱 문화부 여기자 구 아무게씨도 있었다. 일년전 ‘유리동물원’으로 동아연기상을 수상 했을 때 인터뷰하며 내게 불쾌한 질문을 하여 속으로 미워하고 있었던 기자였다. “김선생님은 팔등신 미인도 아닌데 연극에서 주인공을 많이 하시는 이유가 뭐지요?” 옛날부터 잘난척하는 여기자들의 얄미운 질문 공세는 역사와 전통이었다. 그때 사무실에 함께 계셨던 교수님이 고맙게도 “훌륭한 배우는 개성이 없어야 어떠한 역할도 만들어 진다”라고 하셨다. ‘세일즈맨의 죽음‘ 마지막 공연에서 기립박수를 보내던 구 기자가 옆에 앉은 관객이 내 남편인줄 모르고서 “김복희씨 너무 잘 해요”라고 했다고 한다. ..

그 소리를 들은 후 부터 내 마음의 미움이 없어졌다.

이곳 아틀란타에는 창고 마켓이라고 대형 식료품점이 있는데 이민 온지 15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내입에선 창고극장이라고 불려진다. 남편이 떠나고 미국 노인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웃이 거의 미국 할머니들이라 내가 연기한 ‘아만다’ 와 ‘린다’의 모델들이다. 번역극을 하면서 서양 여자 역을 연기할 때면 극 속의 인물로 분장하고 의상 소품으로 힘 빌어 그럴듯하게 연기하였으나 미국 살면서 이곳의 여인들을 관찰하면서 ‘린다’와 ‘아만다’를 다시 연기하고 싶어진다. 그때의 연기들이 부끄러워서 다시 젊어질 수 있다면 열정적으로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것이다.

이원경 선생님도 떠나시고 백성희 선생님도 가시고 나도 갈 때가 되었다. 나의 꿈도 교수님같이 작은 소극장을 갖고 싶었지만 태평양을 건너 이곳에서 살면서는 꿈은 부서졌고 지난 시간들은 애틋하게만 각색이 되는지 캄캄하고 깨끗한 소극장의 내움이 아직도 코앞에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10년전 떠나신 선생님을 멀리 미국에서 추모하며 내 젊었던 연극배우 시절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 

이젠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들이 한분도 안계시다.


-미국 아틀란타에서 -


*이곳에도 연극협회가 있지만 여건이 좋지 못해 최근엔 연극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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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빛 공원에서 / 김복희 안타까움 / 김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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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선생님의 화려하고 활발한 시절을 잘 봤습니다. 그 때가 문득 그리워지네요

    저 때는 대학로 보다 세실극장에서 더 많이 했었습니다.

    세월을 밀어내고 계속 작품 활동을 하면 좋은데 코로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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