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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길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내가 JAZZ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

마임2015.02.16 17:56조회 수 545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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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즈 이야기를 해도 찮을까


 


 


‘재즈란 무엇입니까?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색소폰 연주자가 쓴 ‘도대체 재즈란 무엇인가?’라는 글의 서두이다. 나는 그 글을 읽다가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 글은 ‘너희가 재즈를 아느냐?’ 라는 당당한 말투 보다도 나를 더 미소 짓게 했다. 재즈를 바라보는 그의 꾸밈없는 태도가 내 마음에 와 닿은 것이다.


 


80년대 초에 어느 음악 방송에서 DJ가 스티비 원더의 ‘써 듀크(Sir Duke)’를 틀어주었다. DJ는 “재즈 냄새가 물씬 풍기는 스티비 원더의 노래입니다.” 하고 소개를 했다. 그러나 굳이 토를 달자면 ‘Sir Duke’는 재즈곡이 아니다. 그의 말대로 재즈 냄새가 물씬 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단지 ‘Sir Duke’의 중간에는  7,8소절 가량의 멋진 트럼펫 솔로가 들어 있다. DJ는 그 곡을 들으며 재즈 트럼펫 연주자인 ‘마일스 데이비스’를 연상한 것이었을까?


 


나는 같은 교회에 다니던 버클리(Berklee)음대의 유학생에게 전자기타를 배운적이 있다. 그는 재즈에 흠뻑 빠져 버클리를 졸업한 후 결혼도 미루고 뉴욕의 NYU에서 석사를 마친 정통 재즈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나는 통기타를 배우고 싶었지만, 그가 전자 기타만을 가르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붙잡게 되었다. 그때 50대 중반이었던 나는 소리를 헤아리는 음감만 경직된 것이 아니라 손가락도 굳어있었다. 실제로, 음을 무질서하게 흩뿌려 놓은듯한 기타의 플랫에서 내가 굳어진 손가락으로 음계의 스케일을 따라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은 나를 두고 한 말 같았다. 하지만 그 어쭙잖고 둔치 같은 몸부림이 내게 재즈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의 징검다리가 되어 준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200 명 정도의 한국 유학생이 있는 버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중음악을 위한 사립대학이다. 현재까지 동문이 230개의 그래미상을 받아 유명해 지기도 했다. 퀸시 존스나 그래미 재즈 부문에서 17번 수상한 펫 메스니(Pat Metheny)도 버클리 출신이다. 한국에 잘 알려진 빌 프리셀(Bill Frisell), 존 스코필드(John Scofield), 같은 재즈 기타의 대가들도 있다. 여성 드러머 테리 린 케링튼 (Terri Lyne Carrington)등 수많은 재즈 음악가를 배출한 버클리는 재즈 교육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 나는 블루스(Blues), 펑크(Punk), (Rock) 등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에 좋아하던 팝송 곡들을 카피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재즈는 전혀 다른 음악 같았다. 처음에 재즈는 진짜 재미없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심지어는 들어서 재즈라는 느낌을 얻기까지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기악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재즈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내가 재즈의 느낌을 즐기는 것인지 재즈를 알고 몰입하는 것인지 분간하지 못할 때가 많다. 내가 얼 만큼 재즈를 이해하며 즐길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도 자신이 없다. 화성(Harmonics)의 스케일에 익숙한 만큼만 재즈를 이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클래식 기초가 없는 나에게 재즈는 어려운 음악이었다. 1940년대의 비밥(Bebob)이 그 걸출한 음악성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인기가 없었던 이유와 비슷하다. 비밥은 쿨 재즈나 퓨전 재즈가 나오기 전까지 대중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비밥이 출현하기 전까지 대중은 대형 밴드의 연주에 맞추어 춤을 출 수 있는 스윙 재즈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으로 대형 밴드가 쇠퇴해지고 소형 형태의 밴드가 만들어졌다. 비밥은 소형 형태의 연주에서 재즈의 본질인 즉흥성을 강조하고 8분 또는 16분음표의 빠른 리듬을 구사하게 되었다. 화음도 7 11, 13도 화음을 사용하였다. 이것이 모던 재즈의 시작이다.


 


일반적으로 재즈의 보컬은 팝 음악보다도 넓은 음역을 사용한다. 요즘에도 많은 재즈 가수들이 악기와 유사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왕년에 '밥 두비 두바---' 하며 악기를 대신해 보컬로 멜로디를 연주하던 루이 암스트롱이나, 엘라 제인 피츠제럴드(Ella Jane Fitzgerald)처럼 스캣(Scat) 창법을 사용한다. 재즈는, 7(세븐) 코드를 바탕으로 12마디가 되풀이되는 블루스(Blues)와 함께 ‘블루 노트’를 사용하지만, 블루스보다도 더 긴장감 있고 거친 음색 (dirty tones)을 나타낸다. 첫 박자를 엇 비트로(off beat) 약하게 시작해서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들리기도 한다. 재즈는 그 강하지 않은 박자로 짜릿하고 감칠맛 나는 펑크(Punk)의 리듬을 능가한다. 나는 지금도 관능미가 넘치는 리프(Riff)를 강한 비트로 증폭시키는 락(Rock)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노래 가사를 떼어내고 연주만을 듣는다면 그 요란스러운 대부분의 락이 재즈보다 퍽 소박하고 단순한 음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전, 아들 부부를 따라 재즈바 ‘허브의 꼭대기 (Top of the hub)’에 갔었다. 보스턴 중심가에 있는 푸르덴셜(Prudential) 타워의 52층이다. 그곳에서 버클리 교수들도 연주한다는 정통 재즈 밴드의 연주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전자 악기가 없이 트럼펫, 색소폰, 드럼, 피아노, 콘트라베이스로 구성된 5인조였다. 모두 밝은색 정장 차림을 한 5, 60대의 흑백 혼혈 밴드였다. 밴드가 위치한 서쪽의 대형 유리창을 통해 바다에 둘러싸인 로간(Logan)공항과 보스턴 시내의 아름다운 야경이 내려다보였다. 뉴욕의 재즈바 '블루 노트‘처럼 무대와 객석이 가까운 오붓한 맛은 없지만, 재즈의 생음악을 듣기에는 더없이 그윽한 장소였다. 가끔 흑인 가수가 나와 반주에 맞추어 노래도 불렀다. 그러나 정말 나를 흥분케 한 것은 그 밴드의 즉흥연주이었다. 모든 연주자가 ‘브레이크(Break)’에 각자의 악기로 즉흥곡을 연주한다. 계속하여 곡이 바뀔 때마다 관객들의 환호 가운데 새로운 음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같은 코드 톤 안에서 여러 악기가 벌이는 즉흥적인 화음은 음악이 숙명처럼 품고 있는 심미적 느낌을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확산시키는 효과를 연출한다. 연주자들의 기량이 불꽃 튀는 ‘집단 즉흥 연주(Collective improvisation ) - 그 열정의 순간에 재즈는 대중음악을 떠나 클래식의 해안에 닻을 내린다.


 


음악을 가장 깊이 이해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사물과 현실은 보편 이전의 현상이고 음악은 현상 그 자체---' 라고 했다. 재즈 연주를 듣고 있으면 마치 반가운 사람을 만나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행복감이 충만해진다. 즐겁게 도란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산들바람에 찰랑거리는 호숫가의 물결같이 잔잔하다가도 때로는 힘차게 굽이치는 물줄기가 토해내는 굉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재즈만의 경쾌한 스윙(Swing)감 안으로 기쁨과 풍요와 평안함이 출렁인다. 재즈는 정겨운 빛이 되어 감성과 관념 사이를 반짝이며 흐른다. 깊은 현상의 여울처럼, 무르익은 사랑처럼.


 


언어가 생각을 소리로 나타내는 마음의 즉흥곡이라면 재즈는 원숙한 사랑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영혼의 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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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재료 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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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재즈에 문외한인 제가 이 글을 읽으며 재즈에 관한 새로운 이해를 하게되었습니다

    필자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한 전문가적 해박한 필치와 읽는 재미에 푹빠졌습니다

    "언어가 생각을 소리로 나타내는 마음의 즉흥곡이라면 재즈는 원숙한 사랑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영혼의 춤"

    정말 멋진 표현입니다

    마임님, 감사합니다.

  • 석촌님께

    안녕하세요?

    새 문학회 카페가  썰렁한데 글을 올려 주셔서 훈훈해 집니다. 

    자주 뵙기를 기원합니다.


  • 김박사!

    양파 같은 매력남이구려.

    반세기 넘은 나이에 음악인을 만나 프로보다

    더 프로 같은 음악에 대한 글을 논한다 함은

    참으로 대단하고 경이로운 일이외다.

    나는 십대에 음악을 좋아해서 악기와 함께

    한때 살았어요. 의기투합해서 구성을 해봄은?  

  • Jackie님께

    가난뱅이가 Gibbson 기타와 Effector 를 거금을 들여 마련했는데 4년전 집짓다가 인지와 중지를 톱에 다쳐 그 좋아하던 기타를 못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재작년부터 심심하던 차에 글 공부를 하게 됬으니 하나님이 저를 구원해 주셨다고 믿슘니다. ᄒᅠ ᄒᅠ 

  • Jackie님께

    음악은 불의 요정,

    음악이 없었다면 인생은 실수다. - 니이체

  • 기타도 깊은 피를 끓게하는 흥분과 재미가 있는데 글 공부도 한 없이 빠지긴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기타는 매일 서너시간씩 5 년을 쳤는데 이젠 못할 것 같아요. 그냥 글 공부할래요. ᄒᅠ ᄒ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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