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홀로 걷는 달
천 양희
헤맨다고 다 방황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미아리를
미아처럼 걸었다
기척도 없이 오는 눈발을
빛인듯 밟으며 소리 없이 걸었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말할 수 없이 말없이 걸었다
길이 너무 미끄러워 그래도
낭떠러지는 아니야,
중얼거리며 걸었다
열리면 닫기 어려운 것이
고생문苦生門이란 모르고 산
어미같이 걸었다
사람이 괴로운 건
관계 때문이란 말 생각나
지나가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걸었다
불가능한 것 기대한 게
잘못이었나 후회하다
서쪽을 오래 바라보며 걸었다
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었다
나의 진짜 주소는
집이 아니라 길인가?
길에게 물으며 걸었다
*출처 : 천양희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 2011.
2025년 2월 15일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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