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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Jekyll Island

keyjohn2020.09.17 13:51조회 수 2278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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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여행은 
지구를 열 바퀴 도는 여행이 아니라 
단 한 차례라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다'
간디의 말에 이성적 동의를 하고도,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력의 게임'이라 말한 
은희경의 유혹에 현혹되어 떠나기로 했다.
스위스 시계 소리처럼 일정한 내 심장박동이 그녀의  여행변에 잠시 부정맥을 앓았으므로

잠시 일상의 노동과 결별하고 
Labor Day에 별과 볕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떠났다.
반짝이는 캐리어를 끌고 휫파람 불며 떠났다가 먼지쌓인 신발에 초췌한 퇴역군인의 몰골로 귀가한들 대수인가!

조지아 남단 플로리다 직전의 Jekyll island는 다섯시간이 넘는 거리에 소소한 입장료가 있음에도 나를 세번이나 오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이곳 해변의 치명적인 유혹은 고국 서해안의 뻘보다 거칠고 어두운 부유물들이다.
볕의 은총을 받지 못해 희멀건한 살갗에 유충처럼 달라붙어 간지럽히는 부유물들과 한판 해전을 치르노라면, 바하마군도를 돌아 키웨스트 헤밍웨이 카페를 기웃거리고 온 핑크색 물고기 커플이 싱크로나이즈를 한다.

대서양 소금물 염장으로 가려움과 피부면역을 마치고, 낚시도구를 챙겨온 친구를 위해 피어로 자리를 옮겼다. 
낚시꾼들 사이로 젊은 부부가 다섯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부모들은 연신 먹거리를 챙기고 아이들은 물놀이에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었다.
제비새끼들 처럼 주둥이를 내밀며 먹을 것을 탐하는 아이들은 아귀같고,
땀을 흘리면서 먹거리를 챙기는 부모들은 자식에게 잡혀 먹히는 살모사 같다는 생각을 문득했다.
하나나 두아이에 익숙한 내 의식이 다섯 아이를 보고 지레 겁먹고 숭고한 자식과 부모사이를
아귀와 살모사로 각색한 것 같아 씁쓸했다.
한시간 넘게 물에 담궈 논 블루크랩 트랩에는 손가락만한 새우와 소라집을 쓴 작은 게들만 득실거렸다.
새우가 라면 국물속 스파후 더해 준 풍미로 위안을 삼았다.

수개월전 암초사고로 드러누운 고국의 상선을 보자니 비정한 거리에 피붙이를  두고 온 것처럼 가슴 한켠이 시렸다.

집을 떠나는 순간이 홀가분한 콧노래를 부르게 한다면, 귀가하는 길은 차분한 녹턴이 제격이다.
하이웨이 미디언존 코스모스의 군무속에는 초가을 정취가 언뜻 보이고,내차곁을스치는RV속노부부은발에는 철이른 서리가 묻어 있었다.

*글쓴이 노트
 팬데믹 속 2박 3일이 써커스처럼 아슬아슬 지나갔다.
코로나로 늘어진 내가 조금의 탄력을 얻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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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게 홍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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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임샘이 3번이나 다녀온 그곳으로 책을 싸들고 다녀오고 싶네요.

    제가 좋아하는 은희경 소설가는 글을 쓸 때마다 여행을 간다고 합니다

    아니면 시청각 공간이나 연희 창작촌으로 들어가 작품을 쓴다고 해요.

    그녀를 닮아 보려고 부런치를 먹고 오전 11시에 서재로 출근하고 

    오후 3시에 나오기를 오래 했지만....

    "문학은 우리의 얼어 붙은 내면을 깨는 도끼" 라고 말한 은희경의 

    말을 머리가 아닌 가슴 속에 넣고 인생을 숙제 하듯이 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한 두개의 연결 고리만 넣으면 좋겠습니다. 참 수준 높은 수필 한 편이 

    저를 훈련 시킵니다. 감사합니다.

  • 강화식님께
    keyjohn글쓴이
    2020.9.18 13:40 댓글추천 0비추천 0

    바다가 그리우면 타이비아일랜드를 다녀오곤 했습니다.

    여기서 최단거리 서바나 바닷가거든요.

    타이비가 어수선한데 반해 한시간 남쪽 제킬섬 바닷가는 정돈되고 덜 붐벼서 좋아요.

    홀리데인 인에 묵으시면서 지척의 바닷물소리도 듣고, 만지고 자전거로긴 모래사장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호텔에서 대여.

    썰물에 구멍이 있는 모래 무덤을 호미로 파헤치면 돌배기 주먹만한 소라가 기꺼이 잡혀주기도 하구요.


    문인 데이터 베이스다우세요.

    스치지 않은 문인이 드물군요.

    은희경씨의 작품도 살면서 제가 위안을 얻은 글이랍니다.


    어찌보면

    글을 읽고 소회를 나누는 식의 방법이

    얼굴 마주하고 먹고 안부 확인하는 형식보다

    더 문학적이지 않나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덜 인간적인가요?


    질책, 격려 감사합니다.


  • 코로나 때문에 움직이지 못해도

    코로나 때문에 소설 한 편 끝냈습니다.

    자전거도 타고 소라 먹으러 기꺼이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좋은 여행 정보 감사합니다.

  • 문학적이든 인간적이든 

    이 것의 척도는 자기 마음 속 아닐까요?

    9월의 반란도 비 제도권과 제도권 속을 

    구분 짓기 싫어서 쓴 글이거든요.

    비약이라는 차를 타고 삼천포 근처를 가고 있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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