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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문학과 마술사이

keyjohn2021.07.08 15:29조회 수 51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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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꼬리 한껏 올린 웃음에 

버무린 인사말을 건네고도,

한덩이 남은 어색함을 엉덩이에 뭉개며 앉는다.


김치 한병값 정도 되는 회비를 걷어

오첩반상을 받는 날이지만,

은퇴한 회원들에게 손내미는 일은

맨손으로 김치 버무린 것처럼

화끈거리는 일에 버금간다.


인사에서 간신히 이어지는 대화는

문학보다  고국뉴스 해설로 발전하고,

변명없이 오지않는 사람들에 대한 투정이

입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때맞춰 나온 저녁식사로 틀어 막는다.


작품을 낭독하는 자의 음성이 작게 떨리고

듣는 자들의  눈동자는 늘어지니

우리는 하나의 배를 탄 타인임이 분명하다.


문학이라는 커튼을 치고 

우리는 매달 한번 마술을 부린다


글 몇꼭지로 책도 만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건진 단어들로

다른 이들 글에 언감생심 설도 푼다.


마술이 깨기전에 서둘러 일어서는데

어둑어둑해진 저편에서

내내 졸던 문우가 다음 달에 보자며 안녕을 한다.



*글쓴이 노트

식당에서 모이고 헤어지던 문학회 풍경을 소묘했다.

삶이 희희낙낙하는 날도, 물이 찬 장화를 신고 밤길을 걸어야 하는 날도 있지 않던가.

감동도 원망도 부재하는 요즈음도 어느 날 달콤한 추억의 하루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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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체조 잘가 드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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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때로는 저도 문학에 대한 공허감도 느끼고 문학회 만남에서도... 그래도 다른 모임보다는 문학모임이 저에게는 가장 좋더라구요. 기정샘의 봇물 터지는 입담은 빠질수가 없죠. 남편은 우스개 소리로 말하죠 "머리 긁으러 가나?"  때로는 회원들과 치열하게 문학을 논해보고 싶네요.  책장에 있던 책들이  쓰래기통으로 정리가 될 때  누군가에게 전달된 애틀란타 문학회 출간 책은 무사할까 우문이 들기도 해요. 그래도 쓰고 싶네요.
  • 이경화님께
    keyjohn글쓴이
    2021.7.9 08:25 댓글추천 0비추천 0

    하루종일 이방인들과 부대끼다가 문학회에서 모국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편입니다.

    그 중구난방 횡포?를 잘 받아주는 경화님께 감사할 따름!! ㅎㅎ

    경화님도 외국어를 하는 배우자로 인해 나름쌓인 언어에 대한 갈급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해봅니다.


    솔직담백에 추진력을 갖춘 글 기대 또 기대 합니다.

  • “하나의 배를 탄 타인”


    동우회의 은밀한 치부를 드러내는듯한,

    미화되지 않은 감정의 표출이 절묘한

    탁월한 글,

    기정쌤다운 해학이 넘치는 멋진  작품이네요!




  • 김수린님께
    keyjohn글쓴이
    2021.7.10 09:54 댓글추천 0비추천 0

    몸만 담그고,

    한번도 치열하게 문학회원으로 살지못한 자책을 담은 고백입니다.


    다른 분들도 '은밀한 치부'라는 소감에 동의하고 

    일신우일신의 계기가 되었으면...


    바쁜 치과 틈틈히 여운이 남는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로도 아니고 세로도 아닌

    동서남북으로 퍼져있는 은유의 깊이가

    잠시 설레게 합니다.

    정모의 풍경을 한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 ㅎㅎㅎ

    역시 임시인아우는 아무래도 나보다 한차원 높은 세계에서

    인기를 먹으며 자유롭게 휘젖고 사는걸 수시로 확인시켜 주는구려.

    그대는 재간둥이이며 멋을 아는 젠틀맨 청년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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