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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미역국

keyjohn2022.01.23 11:06조회 수 60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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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첫 아이 낳자

산후조리 오신 장모님은 아이 백일이 되도록

미역국을 끓여 대셨지.


푸석한 아내 얼굴의 부기가 

자고 나면 아이 얼굴로 옮겨 가 탱글 거리고 있었다.


미역 국물 처럼

뽀얀 아이 얼굴!

미역국에 기름기 뺏긴 쇠고기 처럼

윤기없는 장모님 얼굴!


'장모님 미역국 그만 끓여요

제 가슴에 젖멍울 생겼어요'


'아이고 염병 호 호 호'


서른 두살 딸 아이 생일 미역국을 먹자니

아흔 두살 장모님이 그립다.



*글쓴이 노트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오늘의 우리' 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존재들의 

수렴의 산물이 분명하다.


그들이 사라지기 전에

안부를 챙기는 일이 전장의 특명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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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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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 아내가 수십여년 정성스레 끓여 바친 내 생일 

    미역국이, 어머니 미역국 만 못하다는 한마디 말에 


    그놈의 미역국이 

    잘난 아들과 못난 남편을 알아보네 ..


    미역국( 迷役鞫) 에 한방 먹었습니다


  • 석촌님께
    keyjohn글쓴이
    2022.1.23 12:06 댓글추천 0비추천 0

    사람 사는 것이 비슷하지요?'

    '열 효자 악처 하나'가 주는 교훈은

    역으로 아내들에게도 해당될 텐데.

    아들에게 밀리는 남편은 '아내들의 동물적인 본능'이기에

    극복하기 어려운 냉대 같습니다.


    한자가 주는 격조와 즐거움 에 감사드립니다.

  • 처음 들어 봅니다.

    산모가 백일 동안 미역국 먹었다는 얘기

    기네스북에 등재해도 될것 같네요.

    효자에 장모님까지 극진히 아끼시니 존경

    합니다. 저보다 세상에 비비댄 세월이 짧아도

    많이 배웁니다. 수설이 중언부언 데리고

    퇴장합니다. 늘 다복, 강녕하시기 바랍니다!!!

  • 이한기님께
    keyjohn글쓴이
    2022.1.23 12:17 댓글추천 0비추천 0

    첫째 태어 난 이후 

    미역국에 오래 시달린 탓에? PTSD가 생길 정도.

    그때는 이렇게 짜면 젖이 나올 정도였답니다. 

    오죽하면 심학규를 찾아 다녔다니까요.  ㅎㅎㅎ


    그래도 스파 푸드 코트에서 누가 미역국 먹으면 

    식욕이 동해 사 먹는 답니다.


    저에게 배울 게 있다는 말씀 -횡설수설 맞네요 ㅋㅋㅋ


    횡설이 수설이는 제 애들이니

    부디 중언이 부언이나 잘 거두시길!!


    곁에 계셔서 감사해요.

  • 오늘 이 미역국 글을 접하려고 했는지

    바로 엇그제 집안 어른이 통화중 "미역국 많이 먹게나, 변비에 끝내준다구" 하시더군요.

    그 장본인은 산모도 아닌데 미역국을 하루도 빠짐없이 드신다네요.

    시도는 해보는데 매일은???

  • 강창오님께
    keyjohn글쓴이
    2022.1.23 13:03 댓글추천 0비추천 0

    심심하게 끓여서 밥은 조금 넣고 먹어도 좋아요.

    탄수화물 적게 먹으라는 충고 듣고 실천 중 입니다.

    화장실 효과도 우수 하던데요 ㅎㅎㅎ

  • 가는 날을 대충 선고받은 친구 때문에 우울하고 속상해 있는데

    횡설, 수설 자매와 중언, 부언 형제를 보면서 한 참 웃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났습니다.

    1982년 강남 허허 벌판에 아파트 분양 받고 처음 들어갔더니 

    마켇이 없어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신세라

    친정엄마가 첫 아이를 낳고나서 미역국 끓인다고 남편보고 차를 탈 거면 

    축산물 시장인 마장동 가서 소 꼬리 하나 사 갖고 오라고 시켰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 털 달린 꼬리를 사 갖고와서 얼마나 놀라고 기가 막혔던지.....

    그 남편하고 아직도 살면서 미역국을 끓이고 있습니다.

  • 강화식님께
    keyjohn글쓴이
    2022.1.23 14:12 댓글추천 0비추천 0

    띠 하나를 완전히 두르고 한마디를 더 가야 만나는 어른이면서

    비슷한 갑인 양 격없이 대해주시는 문우님 덕에 탄생한 횡설 수설 중언 부언에

    성별을 구분해 주시는 위트와 현명함에 감사 ㅎㅎㅎ


    '강남 사모님'이셨군요?

    갑자기 훅 들어오는 거리감 !!!ㅎㅎ

    미국살이 장점 중 하나, 학벌/ 지역감정 /빈부격차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어서 좋아요.


    '털 달린 소꼬리' 너무 귀여운 분이셨네요 ㅎㅎㅎ

  • keyjohn님께

    제가 살다 온 강남은 시골이었어요. 

    아스팔트도 미처 못 깔아서 비만 오면 흙탕물

    이렇게 발전 할지도 몰랐고요. 

    1985년 이민 올 때 유치원도 생기고 백화점도 터 닦고

    누리지 못한 세대 입니다. 새삼스리 무슨 거리감 ㅎㅎ

    제 시집이나 글에도 나와있지만 변두리 고척동 출신이랍니다.

  • 강화식님께

    재미난 글에 재미난 뎃글.. 여기는 재미를 팔고 사는 꽃바람 마을..

    댓글 모두 읽었읍니다.모두 넘치는 해학과 유머...

    그중 압권을 꼽으라면 나는 당연히 강화식님 낭군 입니다

    평생 울겨 먹고도 남아 하느님 갖다 드리면 그분도 데굴대굴(실례)

    근데 그때 남편은 많이 양보해서 털붙은 꼬리로 대신한거 같아요.

    그냥 통째로 뿔까지 붙은놈을 끌고 왔어야 했는데 ,

    만약 그분이 꼬리잡고 소끌고 왔더라면 단번에 유명해 지실뻔..

    남편이 견우면 아내는 직녀.오작교 사랑이 이루어 질뻔..  아쉽네요.







  • 미역국 얘기 나오니 음 ~구수한 냄새에 침이 고이네요. 저희집 손주들은 모두가 미역국 이라면 먹고 ,또먹어도 질리지 않는지 잘도 먹어대더군요. 나중엔 미역국 그릇을 핥아 먹기까지.ㅎㅎㅎ

    그래서 저희는 한국마켓에서 제일 좋고 큰미역(산모용) 으로 산답니다.

    해녀들이 걷어올린 바다의 보물인 셈이죠.

    소꼬리 얘기가 나와서 인데요, 소꼬리의 효능을 저는 아주 실감했었죠. 젊었을때 한참 바빠서 섭생에는 

    신경쓰지 못하고 바삐사느라 약간의 영양실조로 어지럽고 구역질 비슷한 임신초기와 비슷한 증상이 있어

    병원가 봤더니 영양실조로 진단 나와서,얘기들은 친정어머니 소꼬리 사다가 푸욱 고아서 하루 네번을 먹었죠.

    잠자기전에도 한사발 퍼다주시니 안먹을수도 없고. 그런데 이튼날부터 몸이 달라지더라구요.

    거짓말처럼 증상들이 가벼워지며.....

    소의 꼬리에 그리도 많은힘이 쟁여있을줄을 미쳐 몰랐죠. 파리쫓느라 맨날 휘둘러대서 그런지는

    몰라도요. 흐흐흐 


  • 이난순님께

    아이 낳고는 지겹도록 미역국을 먹어서 한동안 쳐다 보기도 싫다가

    입맛은 또 옛 것을 내노라고 보채서 자꾸 끓여 먹어요.

    남편은 물론 두 아들도 미역국을 좋아하니 소꼬리 덕분에

    매일 먹어서 그런가 봐요.

    이난순 샘 말대로 꼬리가 (반드시 기름 걷어낸) 원기회복에 참 좋죠.

    그래서 저는 꼬리를 먼저 끓여 식혀놓고 기름 걷어낸 다음

    미역을 넣고 더 끓여서 먹어요.

  • keyjohn글쓴이
    2022.1.23 18:45 댓글추천 0비추천 0

    귀여운 아이들이 산모용 미역국에 열광한다니

    상상만으로도 유쾌하네요.

    소꼬리 테스트모니 감사하고,

    먹어 보고 결과보고 드릴게요.ㅎㅎ

  • keyjohn님께

    옛날 한국에선 소꼬리 사면 반골 이라고 하나요, 엉덩이뼈를 함께 팔았죠

    여기 미국에서처럼 진짜 꼬리만 잘라서 파는게 아니고요. 그러니 그 양도 어마 어마하게 많았어요

    드실려면 엉덩이 뼈까지 함께 사서 푸욱고아 드셔야해요.그럼 실감하실거임.

    제가 거짓말쟁이 안되려 확실하게 설명했습니다.ㅎㅎㅎ

  • 점심에 집에 오니 아내가 미역국을 끓여 놓았네요. 구수한 참기름 냄새가 진동을 하고 미역국에 밥한공기 잘 말아 먹으면서  총무님의 미역국이 생각나 잠시 한자 적었습니다.  아내나 나나 미역국을 좋아해서 자주 먹는 편이지요.
  • 모두가 미역국을 좋아하니 한국 사람 맞네요. 비록 미국에 살지만.....

    먹고 자란 입맛일까요.  DNA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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