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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자
- 시인
- 원주여자고등학교 졸업, 중앙대학교 법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해외문학 신인상 수상
- 시집 〈거기 그렇게〉〈손끝에 닿을 그리움 그 하나로〉출간
- 서간집 <시간의 태엽> 출간
- 미주한인재단 애틀랜타 지회장, 윤동주문학사상 선양회 애틀랜타 회장 역임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재미시인협회 회원

세월 그 봄날에

Jackie2016.09.16 15:06조회 수 6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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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 그 봄날에


                   글/박홍자


'나는 H를 좋아 한다.' 너를 2년여 살펴 보았고, 너와 꿈을 삼아 우리 둘의

미래를 설계해 보았다고 한다

아직 쌍가닥 머리의 순진한 소녀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은채로 무어라

할 말을 잊었다. 오월이 펼쳐지는 어느 날 텅빈 강의실 한가운데서 갑작스런

고백의 서두는 내게 더 할 수 없는 황당한 기로에서 몸둘바를 몰라 홍당무가

된채로 내 인생의 남자로는 첫 만남이란 경물을 탄생케 된것이다.

한가득 광채로 꽉채운 작은 눈에선 금방이라도 무엇인가를 꿰뚫어 버릴 것

같은 섬광 그대로 주장과 고집의 정신을 말하여 주는 코와 입매무새. 청춘의

휘파람 소리를 듣게 되는 순간 나는 떨림으로 가눌 길이 없었다.

오늘 당장 답을 안주어도 된다고 한다. 더 살펴보고 마음으로의 정답을 원

한다고 했다.

어색하고 어리둥절한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서 우리는 탁구장엘 가기로 했다.

비슷한 실력으로 똑닥똑닥 소리와 공이 굴러 가는 대로 눈동자를 함께 맞추며

얼마의 시간들은 흘러 갔다.

중국집 짜장면이면 최고의 대접 이었던 당시 인지라 곁들여서 군만두 한 접시를

똑같이 나누어 먹으며 한개라도 상대에게 먹이려고 천천히 먹으며 배가 부른

척을 한다. 고교 3년 겨울초 난 여자라는 브랜드를 착용한 늦동이. 이 무슨

까닭이란 말인가?

밤새 잠오지 않아 뒤척이며 야릇한 갈등의 고뇌와 흥분이 마음을 뒤흔든다.

5, 60여개의 계단 꼭대기에 치솟아 있는 동양 최대의 도서관을 마주 보고 있는

법정대 건물에서는 방금 강의를 끝내고 복도 창문을 팔걸이 삼아 죽 늘어 서서

아래 풍경을 보며 휴식들을 취한다.

조그마한 연못 옆으로 버들이 늘어져 있고 감추어 있듯 우중충한 남학생 기숙사

에선 몇 명쯤이 드나드는 모습이 보인다.

오후 끝시간 법철학 강의가 끝나고 계단을 네려 오는데 그는 내게 만나자는 신호를

던진다. 석양을 등지고 동작동 국립묘지 쪽을 향하면서 심각한 얼굴에서는 금방이라도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은 자세다. 끝시간전 휴식 시간에 창가에서 함께 얘기를 나누던

남학생이 누구냐고? 나에게 범위를 줄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남학생들의 꽃중의 꽃이였으니!

멀리 도서관 창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옆에 있는 남학생이 함께 얘기하는 모습으로 보였던

모양(?). 모나지 않은 성격 탓으로 나는 대학생활을 엮어 가면서 첫정을 키워 갔다.

60년대의 한강의 야경은 풍류 그 자체 였다.

불빛이 반짝이는 뱃놀이는 닐리리야, 오동추야의 노랫가락으로 날 새는 줄 몰랐다.

방학의 긴 석별의 정을 나누기 위해 우리는 우동으로 저녁을 먹고 백사장을 향해

한강교 중간에 내려 강가 를 걸어 갔다.

씩씩한 평소의 모습은 간데 없이 주눅이 들어 말 한마디 꺼낼 수도 없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냥 따라 걸어 갈 뿐이었다.

희뿌연 하늘의 쪽달은 가물가물 밤속으로 치닫고 마지막 통학 기차를 타야 하는 마음은

안절부절 어쩔을 몰라하며 혼자 내심으로만 떨고 있을 뿐이였다.

한참을 걸어서 인적이 드물다 싶은 모래 사장에 털석 주저 앉으며 옆에 안기를 원한 그는

어느결에 찬기운의 입술이 스친다.

순간 그를 밀어 버린 난 차를 타기 위해 그냥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뛰기 시작 했다.

택시를 잡고 차속에서 그는 싱글벙글 기분이 참좋아라 한다. 나는 그누구의 흔적도 없는

불모지였으니----

치악산 아랫마을의 소녀는 시가 시작 되었고, 사랑의 드라마를 쓰기 시작 했다

그에게서 '일종의 탈선이다'라는 첫귀를 시작으로 총명한 나의 사람아를 끝없이 부르는

사랑의 노래로 엮어 갔다. 여름방학 동안 나는 축농증의 악화로 한달간 병원 생활을 했다.

그래서 9월 개강이 시작된 한참 후에 상경을 했다.

함께 공부해서 법복을 입고 함께 꿈을 펼치며 불우한 이웃을 위해 살자던 꿈은 나의 건강

악화로 '건강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라는 염려로 혼자서 고시 공부를 하기로 했다.

4학년 사법시험 제일차 고시가 끝났다.

'정처 없이 떠나 갑니다' 라는 엽서 한 장이 느닷없이 날아 왔다.

장설의 답서를 보내고 그를 위해 기도 하며 더 노력 재기하는 그가 되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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