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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시:나석중 시평:최한나

배형준2022.10.24 12:59조회 수 27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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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作


                                                 나   석   중



갈대는
갈 때가 되었다고 흔들리는 게 아니다

바람이
갈대의 혼신을 빌어 유서를 쓰는 게다

저 고요의 백지장에 쓰는 바람의 유서가
구구절절 명편으로 죽었던 영혼을 흔든다

일생의 최후에 비로소 면목을 드러내는
바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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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같은 인생이다. 구름 같은 인생이다. 인생의 어느 마루에 올라선 노시인의 눈에 인생이란, 詩란 

무엇일까? 짐작컨대 삶을 끌어가는 바람을 빌어 어쩌면 갈대 같은 궤적을 기록해 나가는 것일까? 

우리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노라면 어떤 수레바퀴가 있어서 그 힘으로 밀려온 것 같은 느낌도 있다. 

갈대처럼 이리 저리 흔들려야 했으며 밀리고 밀리던 한 시절을 반추하게 되기도 한다. 시인이라면 

저마다 詩作의 철학이 있을 것이다. 화자는 바람과 갈대의 관계를 통해 詩가 그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준다. 고요의 백지장에 쓰는 바람의 유서 같은 詩가 명편이 되어 죽었던 영혼까지 흔드는 경지에 

이른 환희, 그런 詩 같은 인생이라면 후회도 회한도 없으리. 그것은 모든 시인이 갈망하는 지점인지도 

모른다. 인생의 찬란한 황혼을 바라보며 차곡차곡 그려가는 시인의 붓이 숙연하다.

얼마 전 또 하나의 시집 『목마른 돌』을 출간한 시인의 길에 날마다 햇살 가득하기를 비는 마음이다.


글 : 최   한  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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