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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진실로 좋다/ 천양희 By 권순진

김혜경2022.10.25 21:05조회 수 1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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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좋다/ 천양희

 

노을에 물든 서쪽을 보다 든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요즘 들어 든다는 말이

진실로 좋다 진실한 사람이 좋은 것처럼

좋다 눈으로 든다는 말보다 마음으로

든다는 말이 좋고 단풍 든다는 말이

시퍼런 진실이란 말이 좋은 것처럼

좋다 노을에 물든 것처럼 좋다

 

 오래된 나무를 보다 진실이란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요즘 들어 진실이란

말이 진실로 좋다 정이 든다는 말이 좋은

것처럼 좋다 진실을 안다는 말보다 진실하게

산다는 말이 좋고 절망해봐야 진실한 삶을

안다는 말이 산에 든다는 말이 좋은 것처럼

좋다 나무그늘에 것처럼 좋다

 

나는 세상에 것이 좋아

진실을 무릎 위에 길게 뉘었다


 - 시집『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창비, 2011)

........................................................

천양희 시인은 시를 40 이상 써온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시인이다.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는 6 만에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시인의 시는 대개 담백함 가운데 흐르듯 자연스런 달관이 느껴지는데 시도 그렇 다. 달관은 물론 격정과 고통을 통과하고 사색과 응시를 거쳐 발효된 경지이다. 오히려 섣부른 기교나 수사가 없기에 곧장 대상의 핵심에 가닿고 진정성이 또렷이 부각된다. 그래서 그의 삶과 사람과 자연에 대한 고뇌는 더욱 깊어지고 묵직해졌지만 표현은 한결 투명하고 부드러워졌다.

그런데 ‘든다’라는 말의 쓰임새는 많으나, 시에서처럼 하나같이 좋은 의미거나 좋은 용처에 쓰이는 것만은 니다. 볕이 들면 그늘도 들겠고, 풍년이 들면 가뭄이 들어 흉년도 든다. 미운 고운 정은 정든 임에게 스며든 분이라지만, 드는 정은 몰라도 나는 정은 안다. 누군가에게 친근감이 들면 불길한 예감도 들고, 주눅이 드는가 하면 멍이 들기도 한다. 번쩍 정신이 때도 있지만 헛바람과 잡념도 든다. 속이 들고 철이 드는 좋은 일지만 겉멋이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세상엔 눈에 드는 물건이나 마음에 드는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 다’ 말에도 이처럼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시인은 곁가지 구차함 털어내고 노을에 물든 서녘하늘, 단풍든 가을 산, 한여름에 드는 나무그늘, 그리고 ‘오래된 나무’와 ‘산’ 진실로 마음에 들어 한다. ‘요즘 들어 든다는 말이 진실로 좋다’ 한다. 진실을 아는 것보다 진실하게 사는 중요한 것임을 알고 좋아한다. ‘든다’ 말이 그저 드는 아니고, ‘좋다’ 단순 좋다가 아니다. 오랜 고독을 견딘 고뇌 속에서 제대로 간이 장처럼, 뜸이 같은 시가 ‘진실로 다.’ 시인 특유의 삶을 관찰하는 날카로운 예각과 시적 촉기로 벼려내는 삶에 대한 통찰이 ‘무릎 위에 길게 뉘었 다.’ 권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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