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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나는 기쁘다/김복희

왕자2017.12.21 00:32조회 수 60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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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기쁘다 /김복희


 “나는 기쁘다 어머니는 건강하심이 증명되었고 밀린 번역료를 받았고 낮에 어느 모임에서 수수한 남자를 소개받았음으로...”

 아침에 읽은 최승자 시인<즐거운 일기>의 앞부분 중에서...

나도 이렇게 ‘기쁜 일’을 글로 써 보고 싶다. 며칠 전 아침 금식을 하고 정기 피검사를 하였다. 결과는 모두 정상이지만 비타민 D가 부족 하다고 한다. 집안에만 있고 햇 볓 을 쬐는 일이 거의 없어서 인가? 천성이 운동이 싫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초등학교 체육시간엔 운동장 나무 밑에 앉아 애들이 벗어놓은 옷과 가방을 지키며 책을 읽고 있었다. 할머니는 내 얼굴이 창백하다고 병든 병아리 같다고도 하셨다. 그런데 크면서 건강하고 활발해지며 보는 사람마다 건강해 보인다고들 한다. 지난 가을 친구 집에 갔을 때도 친구의 의사 사위인 닥터강도 건강해 보이신다고 했다. 의사의 말이니 기분이 좋았다.  요즘은 일주에 두 번 휘트니스 센타에 가서 한시간 반 운동을 하고 있다. 가기가 싫어도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나면 활력이 생기니 “운동하기를 잘했다” 싶고 기분이 좋다.

 어느 날은 아침에 운동을 마치고 스스로 축하하는 맘으로 카페에서 기분을 내며 브런치를 먹을까 하다가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니 따뜻한 우리음식이 그리워 육개장과 갈비탕을 파는 *** 식당으로 갔다.

배가 고파서인지 오랜만에 너무 맛있게 먹었다. 값도 싸고 종업원이 써빙 을 안했으니 사장님이 팁도 사양 한다.

아! 횡재 .... 기분이 또 좋다.

 오후에 운동을 가며 바디로션을 사려고 어느 마켓 한국화장품 가게에 들렀다. 여사장님은 반가워하며 연예인을 처음 보았다고 제일 비싼 바디로션을 성탄 선물로 주었다.  이럴 수가 ... 또 기분이 좋다.

고마워서 연말이라 선물용으로 몇 가지 화장품을 샀고

나는 이제 계속 그곳을 단골로 한국산 화장품을 구입할 것이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니 사랑하는 후배가 카톡을 보내 왔다.

어느 색이 맘에 드세요? 라며 빨강, 노랑, 검정, 털신 사진이다.

나는 빨강을 골랐다 번번히 선물을 받고 보니 나는 줄 것이 없어

걱정이었는데 기분은 좋았다. 12년 전 한국을 떠나 아틀란타로 온 후 연예인이라고 호의를 보이시는 분 이 있었는데 지금 다니는 미용실 사장님이다.. 먼저 찾아오라고 연락을 주었기에 망설이다가 염치없이 찾아가 지금은 단골로 다니고 있으며 솜씨가 뛰어난 분이라 어떤 행사에도 알맞게 머리를 빗겨 주시니 너무 고맙다.

 어제는 털실을 사서 목도리를 떠보니 미제 실이 너무 맘에 안 들어 뜨는 수고가 아까워서 실을 반납하러 갔다. 아무 불평 없이 돈을 되돌려 주니 과연 미국은 신사 나라로다 이 또한 기분이 좋았다.

 12월이면 해마다 기억해야 할 날들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으니 크리스마스가 제일 큰 경사이다 결혼기념일, 남편의 생일, 시아버님 생신, 이젠 다 소용 없는 날들이다. 주인공이 세상에 안계시니까 ..

24일 크리스마스이브는 결혼기념일이다. 남편 떠나고 여섯 번째를 맞는다. 작년까지는 그날이면 훌쩍 거렸지만 금년부터는 참아 낼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밤에도 일상처럼 남편 꿈을 꾸었다.

세상 떠난 사람은 꿈속에서 거의 말이 없다. 그냥 옆에 같이 있을 뿐이다.

생전처럼 말을 하고 목소리를 듣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 음성은 아직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있다.

 오래전에 떠나신 어머니의 목소리는 이제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낭낭한 웃음소리는 아직 기억을 한다. 늘 밝고 명랑 하셨다. 학교서 집에 오면 어머니의 웃음소리가 참 기분이 좋았다

금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기쁜 맘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여생을 기쁜 맘으로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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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와 예삐와 재롱이/김복희 에피소드, 단풍구경/김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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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나는 기쁘다, 선배님의 편안하고 담담한 삶의 기록을 읽고 마음이 훈훈해 졌으므로....


    알고 보면 기쁜일 투성인 데, 왜 그렇지 않은 일들만 붙들고 힘들게 사는지 모르겠어요.

    삶면서 겪게 되는 이런 부정적인 부분을 저는 '원죄'로 묶어 버리고 쉽게 살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죠앤의 뜨게질 실은 어떠신가요?

    우연히 보았는데 색상은 다양하고 예쁘던데...

    준 전문가가 보시면 물론 다를수도 있겠지요?

    놀라운 솜씨셨어요.

    송년회 날 목에 두르신 실버 글리터 스카프.


    결혼기념일 시아버지 생신, 남편 생일...

    '이젠 다 소용없는 날'이라는 고백은 가슴이 저리도록 서글프네요.

    남편이 계시지 않는 결혼기념일 !

    올해부터는 담담한 날로 받아들이신다니

    이 또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소중했던 존재도 언젠가는 망각의 뒷편으로 패이드 아웃된다는

    사실에 아픔으로 다가오네요.


    12월 24일 저의 29주년 결혼기념일에는

    아내에게 성의표시를 해야겠네요.

    그래야

    나중에 후회를 덜 할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하루되세요.



  • 왕자글쓴이
    2017.12.21 12:37 댓글추천 0비추천 0

    기쁜일을 찾아보면 넘치게 많으면서 질질짜며 살고있어요 

    이제 그만 스톱하고 싶어서 나열해 봤지만 과연 약발이 얼마나 가려나 ..

    어제밤에 홈피에 올리면서 수정할것 많은데 불가능하여  그만 덮고 

    지금 다시 로긴을 하니 수정이 되어 손봤어요 문법을 몰라 엉터리로 써요 

    크리스마스 이브가 결혼기념일인것 알고 있지요 어찌 이런...ㅋㅋㅋ난 약혼기념일이기도 하지요

    철없는 어린나이에 만나 55년을 살다 갔어요 ...에그그 ..

    조앤샵 좋아서 자주 들려요 처음 갔을때는 얼마나 좋던지 이런게 서울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했어요

    털실은 한국것이 좋지요 40년전에 손놓은 뜨게질을 다시할까? 망설이고 ..너무 재밌어서 밤을 새며 뜨는버릇이 이젠 

    건강을 해칠것이기에 ..아들의말이  뜨게질하는 사람을 보면 늘 어머니 생각을 한다고해요  눈이 올때도 ...

    며느리의 남편이 되버린  아들이...ㅋㅋㅋ

    댓글 고마워요 기정씨 생각하면 또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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