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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내게도 Me Too 사건/김복희

왕자2018.03.08 22:21조회 수 65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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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도 Me Too 사건 /김복희


내가 다닌학교는 서울 용산구에 있는 남정국민학교다.

육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함경도에서 8.15 해방 후 남하한 분으로 육사를 중태 하셨다고 했다. 내가 5학년 때 6학년 남학생 담임이셨던 그 선생님이 운동장에서 학생들 단체 기합을 주며 때리는 것을 보고 너무 무서워 그 선생님이 우리 담임이 되면 나는 부모님께 전학을 시켜 달라고 해야지 했었다. 5학년까지 여선생님만 담임이셨는데 예상대로 그 무서운 남자 김선생님이 6학년 때 담임이 되셨다. 나는 학교 가기가 싫어서 부모님께 그 선생님이 무섭다며 등교를 거부 했었다. 우리 집은 오빠가 없어서 남자를 싫어했던가 보다. 결석을 계속하는 나를 걱정하시던 어머니가 학교에 다녀오셨는지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가정방문을 오셨다. 안방에서 어머니와 크게 웃으며 얘기를 하시다가 너무 순진하다면서 절대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며 나를 여러 말로 달래시고 갔다.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내가 반장이 되어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였다. 선생님은 중학교식의 수업방식으로 가사 시간은 저학년 담임인 여선생님이 수업을 하였고 미술은 1학년 담임 ‘안의섭’ 선생임이 가르치셨다. 그 선생님은 내가 어른이 된 후에는 신문에 두꺼비 만화로 유명한 시사 만화가였다. 이글을 쓰면서 안의섭 선생님을 검색을 해 보니 벌써 작고하셨지만 의식이 뚜렷한 훌륭한 만화가셨다.

미술 과외 시간엔 많은 남녀 학생들이 그림물감을 갖고 모여 들었다. 선생님이 거의 다 손봐주신 나의 ‘소나무’란 제목의 그림은 어느 미술전에서 입상을 하였는데 그림 밑에 6학년 3반 내 이름을 보면 양심의 가책으로 교장실 옆 현관에 걸린 그림을 바로 볼 수가 없었다. 덕수궁에서 시상식이 있었는데 부끄러워 부모님께 입상도 숨겼었다. 석조전 앞에 단발머리로 서서 촌스럽게 찍은 사진이 아직도 있다. 남들은 고무신을 신었는데 나만 운동화를 신고 있다. 어느 날 미술 과외시간에 선생님이 물통에 물을 받아 오라하여 수돗가에서 물을 떠서 조심조심 들고 가는데 2학년 담임인 A선생님이 지나가는 나를 불러 세웠다. 그 반 교실에 책상 줄을 똑바로 맞추고 가라고 했다. 그 선생님은 내가 다니는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이기도 했다. 8.15해방 2년 뒤여서 미군이 학교에 사탕(큰 깡통에 들었음) 배급을 주었었다. 색깔별로 사탕은 모두 맛이 달랐고 사탕을 받는 날은 교실이 시끄럽게 아이들은 좋아 떠들어댔다. A선생님은 내게 사탕을 많이 주며 교실 뒤편 게시판을 가리키며 예수님 사진을 설명해 주었다. 나를 무릎위에 앉히고 이상한 숨소리를 내며 견디기 힘들게 불쾌한 짓을 하는 것이다. 사탕을 내던지고 물통도 놓아둔 채 미술실로 가지 않고 교무실로 뛰어가 나의 수호신 담임선생님께 사실을 일렀다. 성격이 불같던 담임선생님은 책상 설 합에서 가죽장갑을 꺼내들고 A선생을 끌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나로 인하여 너무나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나보다 몇 살 어린 A선생 남동생인 아이가 소리 내 울고 남자 아이들이 뒤따라 옥상으로 뛰어가고 ... 얼마나 때렸는지 피를 흘리며 쓸어졌다고 하니 살인이 난줄 알았다. 무서워 졸업 할 때 까지 옥상엔 못 올라갔는데 피 자욱이 군대 군대 있다고 들었다. 어이없게도 선죽교가 떠올랐다.

어서 중학교에 가고 싶었다. 두 선생님이 다 무서웠다. 교회도

용산교회에서 용문교회로 옮겼고 교정에서 멀리 A선생을 보게 되면 너무 무섭고 떨려 어서 졸업을 기다리게 되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남편이 대학교수시절에 유망한 졸업생이 집에 찾아온다며 저녁을 준비하라했다. 제자는 남정국민학교 후배인 A선생의 동생이었다. 대학도 나의 후배가 된 것이다.

아무것도 기억 못하겠지만 나는 매우 거북하고 형을 닮은 그 학생이 불쾌하여 저녁도 안주고 보냈다.

후에 그는 영화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카메라감독이 되었다. 요즘 Me Too 사건으로 70여 년 전이 떠올라 다시 불쾌해 진다. 욕정을 못 이겨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버리는 꼴들이라니 ... 남자란 다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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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맘마 미아'를 관람하고/김복희 뜨거운 포옹/김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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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수 십년이 지나도 인간은 달라진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글을 읽다가 초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의 추태가 생각났어요. 그런데 2년 전인가 딸이 다니던 고등학교 선생님이 여학생의 성추행인지 폭행인지 고발로 감옥생활을 하다가 동료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벌금을 물고 마무리를 했다고 해요.  Me too를 통해서 세계 여성들의 인권이 회복되길 바래요. 그러나 아직도 미개한 나라에서 자행되고 있는 여성의 차별대우는 언제쯤 개선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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