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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말희
- 충남 아산 출생
- 1986년 도미
- 제3회 애틀랜타문학상 대상 수상

새벽

2019.02.08 20:56

강이슬 조회 수:41

새벽 


태초에 강렬한 빛이 생성되어

어둠끼리의 투쟁이 끝이 났고

긴 암흑을 가른 칼날 같은 여명으로

시퍼런 만물의 정기가 눈을 떴다


반짝임은 캄캄함이 깊을 수록 현란하고

이글거리는 태양과 차디찬 달빛을 품은

지고에 바람은 절대자의섭리로

우주에 완벽한 조화속을 회오리 친다


한 생명이 어미에 탯줄에서 떨어져 나온 순간

또 다른 새벽은 이미 와서

유일한 존재에 시작을 알린다

빛의 진원인 하늘이 하루로 여닫혀

태어나고 사라지는 한계에 순응하고

행과 불행 인연과 악연사이에 고리를 끊어

시지포스에 절망을 굴리는 듯한 일상에도

아침이면 환희로 쏟아질 햇살이 있음을 일깨운다


메마른 운명으로 신음하는 생의 목마름에

샘물처럼 솟는 맑은 기를 쏟아 붓고

시한부 인생이 육체적 욕망에 비틀거릴 때

첫날에 선구자 되어 희망을 재촉하며

해를 더 할 때마다 참된 자아를 지향하여

삶은 살아내는 거라고 다독인다


깊은 어둠속에 먼동은 잉태되고

내일은 늘 밝은 새벽을 낳는다


(고국에 명절인 구정을 지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