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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사과 그리고 주왕산 일지

석정헌2024.10.15 09:15조회 수 23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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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 그리고 주왕산 일지

 

               석정헌

 

잘 닦여진 길

아직도 길 넓히기에 여념이 없다

도로 옆은 온통 사과나무와

군데군데 뜯거나간 황금빛 논

드문드문 노랑 붉은 잎이 보이지만

산은 아직 푸른  골짜기

길 가에는 비쩍마른 가지에 앙상한 잎의

처음 보는 이상한 과목

그러나 조롱조롱 달린 탐스러운 사과

한 입 베어물고 싶다

입속에 새콤 달콤한 침이 고인다

간혹 보이는 노란 대추 나뭇잎

아름다운 빛갈 눈이 부시다

하늘은 추적이며 비를 내리고

차안은 영부인 이야기로 박장대소

차가 울렁거린다

우리집안에는 영부인은 셋인데

대통령은 하나도 없다

순자 정숙이  윤옥이

우리 형수님이 최순자

우리 어부인이 김정숙

오늘 참석하지 못한 막내

제수씨가 방윤옥인데

내 바로밑의 제수씨 이름을

옥숙이로 개명할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달기탕 옆 어느 백숙집

푸른  찰밥 닭으로 배를 채우고 나선

주산지 올라가는 길

부닥친 언덕길에 걷는 것 포기하고 

닫아놓은 상점 빈 의자에 앉아 기다린다

 

대전사 올라 가는 것은 아예 포기하고

멀리서 기암괴석을 바라보다

상점가를 어슬렁거리는데

아주 익숙한 냄새 번데기다

한 컵 들고 이쑤시게로 집어 먹어보니

옛맛은 아련한데 몇점 못먹고 외면한다

숙소로 들어와 형님 제치고 차지한

제일 좋은방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두런거리며 하하거리는 즐거운 소리에 깬잠

창틈을 비집은 빛은 희미하고 마른 목

맑은 공기 달아난 잠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침실 밖을나선다

피곤한 여동생은 잠이들었고

형님 아우 잠자리 차비를 한다

 

이제 형님 아우들은 잠이들었고

적막강산으로 변한 고요한 산속 

창가에 앉아 고국의 깊은밤을

이렇게 보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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