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쟁 이
시인 남미숙
결실을 꿈꾸지 않는
꽃이 어디 있겠는가
녹색 심장 툭 터지는 순간
땅 밑 뿌리는
이미 하늘을 향했다
아득한 높이를
뛰어 넘기 위해
담쟁이가 기어오르는 동안
나는 무엇을 하였던가
한 잎이 또 다른 한 잎에게
기꺼이 제 어깨 내어 주며
침묵으로 오르는 동안
꽃이 피고 지고
열매들은 서둘러 익는다
오르는 것에는
언제나 끝이 있어
그 끝에서 새로운
꿈을 꾸는 담쟁이
밤에는 별을 끌어 안고
하늘로 올랐다가
아침이면 돌담을 끼고
돌아 여는 고샅길
지금 담쟁이는
지구라는 담장을 넘어
제 별을 향해 가고 있다
2024년 10월 23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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