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을 노 래
이해인
하늘은 높아 가고
마음은 깊어 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 보고 싶고
죄 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네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 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웅큼의 시(詩)들을
쏟아 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 가고
기도는 깊어 가네
2024년 10월 27일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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