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울 나 기
도 종 환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서서 빈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고
수레바퀴 지나간 자국 아래
부스러진 잎사귀와 끌려간
줄기의 흔적만 희미한데
그래도 뿌리 하나로
겨울을 나는 꽃들이 있다
비바람 뿌리고
눈서리 너무 길어
떨어진 잎 이 세상 거리에
황망히 흩어진 뒤
뿌리까지 얼고 만 밤
씨앗 하나 살아서
겨울을 나는 것들도 있다
이 겨울 우리 몇몇만
언 손을 마주 잡고
떨고 있는 듯해도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
2024년 12월 15일 주일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