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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내 거실의 해시계

송정희2017.04.04 18:55조회 수 1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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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실의 해시계 (수필)

 

내 작은 집은 정남향이다.

거실을 기준으로 왼쪽이 현관입구. 그리고 거실엔 덱으로 나가는 큰 유리문이있다.

유리문은 이중창이라 큰 통유리 안으로 격자무늬가 되어있다.

아침에 해가 뜨기 시작하면 집 맨 왼쪽의 나의 음악실 창문부터 햇살이 들어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햇살이 길게 늘어선다.

해가 점점 떠오르며 오른쪽으로 길게 늘어섰던 햇살이 짧아지면 거실의 골마루에 해시계가 생긴다.

격자무늬는 정오가 되며 점점 직각에 가깝게 변하고 난 시계를 보지 않아도 시간을 알 수 있다.

나의 여섯살 고양이 에보닌 아직 추운지 햇살을 따라 양지바른 곳에서 털을 다듬고 얼굴을 닦기도 하고 낮잠도 자며.

녀석은 한여름이면 반대로 햇볕이 없는 쪽을 찾아 다닌다.

이렇게 햇살은 해뜨기 시작해서 서쪽으로 거의 넘어갈때까지 내 거실에 머문다.

햇살은 가끔은 나의 고양이와 놀기도 하고 나의 화초들의 얘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먼곳의 이야기를 나의 꽃들에게 전해주기도 하는듯하다.

가기가 아쉬워 석양을 붉게 붉히고 꼭 내일 다시 오마고 약속도 한다.

햇살이 없는 비오는 날이나 흐린날에도 꽃들은 알고있다.

구름뒤에 또는 비구름뒤에 햇살이 있다는것을.

이렇게 난 집에 있는날이면 해시계를 따라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음악연습도 하고 학생들도 가르친다. 그 옛날 문명이 시작되기 전 인류처럼.

이젠 제법 정확하게 시간을 가늠 할 수도 있다.

지금은 거실에 해시계가 사라지고 옆집과의 울타리 뒷자락에 마지막 햇살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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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엇그제 '술친구'에서 

    '빗방울이 만든 동그라미속에서 이별한 님의 얼굴이 보인다'는 대목에서

    맘이 아팠답니다.

    살아남은 자의 '멍에' '업보' 정도도 치부하기엔 너무 힘드시죠?


    님의 작품을 통해서

    주위에 모든 것들이

    살아서 움직이네요.

    '예술은 집을 떠나지 않고 즐기는 여행'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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