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석정헌
상처 자국에서 시작한 길
세상은 온통 눈으로 고요하다
기묘하게 균형을 유지한 그시각
스스로의 얼굴에 불편한 표정
슬픈 긍지를 차분하게 대답하면
진실에 약 같은 말들은
눈내리는 허공을 맴돌고
배웅이 서툴러 팔을 들지 못한 창밖에는
폭설이 쏟아지고
하얀눈은 마른가지에 매달려
그림을 그리지만
멀리서 기다리는 서리내린 머리
검은색으로 덮어 버티고 헤메지만
짙은 하늘로 치솟든 가슴은 식어버렸고
결따라 흘러내린 폭설
그래도 세상을 깨끗이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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