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어도 가는 길
박 종영
길이 없어도 가는 길,
오늘은 뒤늦게 부모님 만나러 산소에 간다
거기엔 마음안으로 열리는 길이 있어서다
꽃샘 추위 이겨낸 잔디도 보러간다
여름 기운 업고
얼마나 촘촘히 앉아 있는 지도,
상석 옆 건너심은 봄동백 한 그루,
반질반질한 열매 몇 개나 달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오늘은 나를 나무라며 가는 길이라
강산에 묻고 온 세월 다독여
이승과 저승, 궁극의 갈림길에 서서
어느 길을 밟고 싶은지 좁은 생각 중에,
금방이라도 그리운 목소리 들릴 것 같아
귀를 막고 들어보는 절정의 시간에서
수천수만 절벽 아래로부터
내가 허우적대는 소리 들리고,
순간 화들짝 놀라 나를 흔들어 깨운다.
몸을 낮추고 내 길을 찾았을 때,
산소 모퉁이 배롱나무 너머
빙긋이 웃고 있는 이,
그는 누구인가.
2025년 1월 24일 금요일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