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서사시
그의 바람은
한 겨울
광야를 걷는 것
겨울바람에
얼굴이 얼어붙고
마른 눈물이 나더라도
낡은 낙엽이 날리고
나무 가지가 흔들리는 소리가 좋거든
바람은 지난 날을 되살려주지
한 때
마음에 둔 그녀로부터
바람을 맞을 때
그의 삶은 낙엽처럼 흩어졌었지
가슴에 품은 바람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닌
그는
댑바람에 떠밀리듯
세상을 살았지
한때는
처자식 건사한답시고
한번쯤은
맞아 본다는 돈 바람을 바라면서
바람난 아낙네처럼 싸돌아 다녔건만
가는 길은 언제나 맞바람이었고
한 때의 명지바람은
번번히 그를 배신했으며
돌개바람은 막다른 골목까지 그를 밀어넣곤 했지
막다른 골목에는
흙바람 날리는 공터가 있을 뿐이었고
긴 시절 겪고
세상
바람 잘 날 없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을 때
그는
마침내 막다른 골목을 벗어나
광야로 나갈 수 있었다
텅 빈 호주머니에 손을 우겨넣고
날파람을 맞으며 걸었지
신바람이 났지
2025.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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