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모델과 인생 그리고 첫 단추(산문시)
덜컹 제품을 구입하고 말았다.
오랫동안 꿈꾸어 오던 로봇 전사 프라모델이였다.
조립지시서를 꺼내고 보았다.
'1' 이라는 글자가 적힌 부분의 지시 내용부터 읽었다.
시키는 대로 부품을 모아 조립했다.
그렇게 믿었다.
맞추고 보니 그럴싸 했다.
이제 '2'라는 적힌 부분의 설명을 보았다.
적힌 대로 조립했다.
그런데 이미 조립한 부분과 아귀가 맞지 않았다.
모양도 어딘가 어색했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감.
'3'에서 쓰여진 지시서 대로
조립을 했다.
하지만 조립된 것과 전혀 맞지 않았다.
작업을 멈추고 뭐가 잘못되었나 고심했으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1'의 지시내용을 다시 보았다.
한참을 실눈을 뜨고 보고서야
작은 부품의 앞뒤가 바뀐 것을 알았다.
손톱만큼 작은 실수 하나로 갈수록 도드라진 잘못.
방도가 달리 없었다.
긴 침묵과
도돌이표 같은 망설임
그리고 짧은 한 숨.
지금까지 조립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결국 처음으로.
처음으로 돌아가.
반 나절의 시간이 날아갔지만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라 느꼈다.
순간
모두 인생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자라고 뒤뚱거리고 울퉁불퉁한
지금의 삶은
지난 날의 조그마한 실수로 인해 빚어낸 것이 아닐까.
인식하지도 기억하지도 못 한 작은 잘못 하나로
어그러진 현실을 꿰 맞추기 위해
주어진
순간 순간의 부품을 억지스럽게 끼워 맞추며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아닌가.
분명히 신(神)은 각자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가라고 지시서를 주셨지만
제마음대로 해석하고
제멋대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문제는
삶을 프라모델처럼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조립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 끼어야 한다는 말은 참이다.
지금이라도
순간 순간 첫 단추를 끼고 있음을 깨닫는 것
항상 참이다.
2025.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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