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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배경
-1961년 전남 여수 출생
- 2019년 미국이민
-1988년 서울대학 법학과 졸
- 1988 20회 사법고시합격
-1991 서울대학 법과대학 대학원 졸(석사)
-1999 국립 해양대학 대학원 수료(박사)
- 2003 University of Denver, School of Law, LLM 수료
-2003 뉴욕스테이트 변호사 시험 합격
- 애틀란타 문학회 회원

라면 음복(飮福)

cosyyoon2025.02.27 06:07조회 수 9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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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음복(飮福)

 

라면을 앞에 두면

경건해져야 한다

 

라면을 끓인다는 것은

신들에게 드리는 산 제사 같은 것

 

가스레인지에 불을 올리고

향불을 피우듯

 

정결한 냄비에 정화수를 올린다

부정을 타선 안 되지

 

물이 끓는 동안 붉은색 비늘 봉지를 뜯는다

제국의 왕릉에서 발굴한 유물을

풀어 헤치는 긴장감

 

붉은 봉지를 열면

전설의 이무기, 용이 서로 뒤엉킨

하얀 미이라

 

부활을 꿈꾸는가

 

방부제같은 건조함으로 수천년을 견딘

상서로운 영물(靈物)에겐

뜨거운 정화수가 허기처럼

간절한 법

 

악의 기운을 물리칠

소금과 고추가루가 준비되었는가

그래, 여의주를 깨뜨리면 분말스프가 나오지

그렇다고

날짐승의 난자와

귀한 씨앗 기름 한 방울을 놓치는 것은 금물

신들의 취향에 맞게

 

이제

격렬히 춤추는 파도 속으로 미이라를 보내드려야 한다

영겁의 시간을 기다리던 용과 이무기가

꽈리를 푼다

 

그들은 승천(昇天)하는 것인가

수증기로 증발하는 것인가

 

마침내

신들을 기리는 산 제사가 완성되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라면을 음복(飮福)한다

 

가난한 마음으로

한가득 받아 든

풍요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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