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거친 바다를 표류해 온 섬들이
발꿈치만 들어도
항구의 불빛이 보이는 곳에
시린 발을 녹인다
뭍에서 정착하지 못 한 사람들은
쫓기듯이
항구를 스쳐
서울역 광장 바닥 같은
시리고 시린
섬으로 왔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샌
12월의
바다 바람
파도가
몸부림치는
섬으로 왔다
서리만 내려도
온돌에
몸을 녹일 수 있는 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더 갈 곳 없는 영혼들이
바위 틈에서
시린 발을 녹이는 동안
동백나무는
죽을 힘을 다해
남녘 섬 모퉁이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표류한 노숙자들이
맨 땅에 쭈그려 앉아
매운 눈물 흘리면서
후-우, 후-우
가뿐 숨을 불어넣어
동백꽃을 피운다는 것을
뭍에서 응어리진 한(恨)은
겨울에도
시퍼렇게 살아
꼿꼿히 날을 세우고
피나고 멍든 곳 마다
뜨거운 잉걸
붉은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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