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세상은 침대 안과 침대 밖으로 나뉜다
세 평짜리 방에 놓인
반에 반평 짜리 침대는 오로지
나만의 공간
내 몸의 온도와 냄새로 가득 밴 나만의 우주
나른한 오후건
심심한 저녁이건
빛 바랜 베개를 배고
멍하게 텔레비젼을 보거나
스마트 폰을 만지거나
런닝구 차림으로
그냥 뒹굴고
스스르 잠이 들면
벌어진 입 사이로
중심 잃은 시간들이 파리처럼 춤을 추고
달짝찌근한 환영이
마른 침으로 흘러내리네
침대 안을 나서려면
소심한 전쟁을 치러야 하지
내 몸으로 덥혀진 침대는
허물거리는 나를 끌어안고
몇 초만 더라고 외친다
아!
앙증맞은 연인같으니
침대 밖에선
빛에 적응 못 한 두 눈을 띄우고
피가 돌지 않은 두 발을 서서
흔들거리는 균형을 잡으며
정숙한 겉옷을 걸쳐야 해
세 평짜리 방
문을 나서면
침대를 뿌리치고
밖으로 빠져나온 무수한 사람들
서늘한 거리를 총총걸음으로 걷는다
이름 모를 사람들과
용서받을 인사와 미소를 나누면서
통성명을 하고
침대를 같이 쓸 만한 사람은 누구일까
겉옷 안에 감쳐진 서로의 몸 냄새를 탐색하지
저녁이 되기 전부터
좁은 침대 안으로 돌아갈 시간을 애타게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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